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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Jun 10. 2022

현직자가 알려주는 창의적으로 일하는 방법

수많은 정보들로 넘쳐나는 시대에 나만의 능력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만약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회사에 어필할 수 있는 나만의 능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창의성을 보여주는 것은 탁월한 방법이다. 


회사의 존재 이유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창출하고 이익을 얻는 것이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고방식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회사는 기존의 구성원들에게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신규채용 시에는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인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 지구에 있는 자원을 가공하고, 태양으로부터 공급되는 에너지를 활용하여 유용한 형태로 변환시킬 뿐이다. 그렇게 변환된 형태들은 주어진 역할을 마치고 나면 분해되어 다시 지구로 돌아간다. 


물의 순환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땅속의 물이 지표로 흘러나와 바다를 거쳐 구름이 되었다가 비가 되어 다시 땅속으로 들어간다. 순환을 통해 형태와 기능은 변했지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창의성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개념을 좀 더 깊이 살펴보면, 물의 순환과 같이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기능과 형태로 변환시키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창의성'은 새롭고 독창적이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를 외우고 있으면 '창의성이 뛰어나다'라고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새롭고, 창의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IT의 발달로 창의성의 성격이 달라졌다. 지금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을 보고 '창의적 인재'라고 한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정운 교수는 '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다'에서 요즘 시대의 창의성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정보와 지식의 개념에 대해 살펴보자. 


정보란 ‘의미가 부여된 자극’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극들에 반응하여 관찰한 대상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그에 맞게 해석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해석을 통해 의미가 부여된 자극을 ‘정보’라고 부른다. 


지식이란 ‘정보와 정보와의 관계’이다. 이렇게 지식을 정의하면 새로운 지식이란 아주 간단히 정리된다. 새로운 지식이란, ‘정보와 정보의 관계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주변에 널려있는 정보들 간의 관계를 남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낸다면, 그것은 새로운 지식이 되고, 이게 바로 창의성이다. 이 창의성을 발동시키는 요인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의심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라!'


이 세 단어가 창의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창의성이 가장 필요한 직업은 무엇일까?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의 PD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도 울고 웃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슬픈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PD들이 하는 일을 살펴보면 ‘의심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로 요약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 자막을 살펴보자. 요소요소에 배치된 자막은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데 큰 역할을 한다. 때로는 PD 입장에서, 때로는 연기자 입장에서, 아니면 시청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배경음악 및 효과음이다. 시각적인 자극도 중요하지만, 청각적인 자극은 사람들의 감정을 흔드는데 더욱 즉각적이다. 적재적소에 효과음을 추가하는 것도 일종의 재구성이다. 결국, 예능 프로그램의 PD가 창의적인 이유는 시간, 공간, 청각이라는 중요한 감각정보들을 ‘의심–해체–재구성’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살펴볼 사례는 축구 감독이다. 그들도 예능프로그램 못지않은 편집자이다. 그들은 주로 공간을 소재로 한다. 축구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상대편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여 더 많은 골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공간을 편집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포메이션이라고 한다. 4-4-2, 3-4-3, 4-2-3-1 등 축구장이라는 공간을 종 방향과 횡 방향으로 나누어 각 선수들에게 할당한다. 이 포메이션은 공격과 수비, 공수전환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변화한다. 물론 그런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선수들이지만, 그 밑바탕을 설계하는 사람이 바로 감독인 것이다. 


경기 내내 한 가지 포메이션으로 축구를 하는 팀은 없을 것이다. 감독은 그 흐름과 상황에 맡게 포메이션을 변경하고 선수를 교체한다. 후반전에 교체 선수가 골을 성공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우연의 일치가 아니고, 대부분이 포메이션을 재구성하는 감독의 창의적인 전술에 기인하고 있다. 감독들은 항상 현재의 상황을 ‘의심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해 상대팀의 허를 찌르려 한다. 



세 번째로 살펴볼 직업은 요리사이다. 그들 또한 ‘의심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프로세스를 통해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동일한 식재료와 조리 도구가 있어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은 완전히 달라진다.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조리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음식을 보면, 새로운 식재료가 나온 경우보다 기존의 재료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떤 레시피로 만드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맛의 음식이 탄생한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겉바속촉’ 요리들을 보면, 식재료의 두께, 온도, 조리 시간 등의 변수들을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해체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적용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저자는 LS일렉트릭 연구개발본부 기술경영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주요 업무는 연구개발본부장님의 의도에 따라 연구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과제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올 연초에 주어진 업무 중에 LS ELECTRIC *연구개발운영규정을 개정하는 업무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RMS 업그레이드도 병행해야 했다. RMS란 연구과제의 진행 단계마다 작성되는 모든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인데, 저장한 정보를 Database화 하기 위해서는 Data를 직접 입력해야 한다. 

*연구개발운영규정: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핵심 프로세스


RMS는 엑셀과 연동되어 있어 ‘내보내기’ 기능을 통해 쉽게 작업할 수 있지만, RMS에 입력되는 정보를 변경할 경우에는 엑셀과 연동되어 있는 RMS의 인터페이스도 함께 수정해야 해서 번거롭다.


연구개발운영규정에 신규 과제 등급이 추가되면서, 이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RMS의 인터페이스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렇다 보니 과연 이 방식이 최적의 방식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창의성 발동의 첫 번째 단계인 ‘의심하기’가 시작되었다. 


다음 단계로 주어진 재료들이 무엇인지 상황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이다. 그것이 왜 그곳에 그 순간에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주어진 상황을 시간과 장소, 그리고 조건에 따라 해체하는 것이다.(이 해체 방법은 트리즈(Triz)에 나오는 물리적 모순을 해결하는 기법 중에 한 가지를 응용한 것이다.) 


RMS에 DB화하는 목적은 무엇이고, 언제 그것을 활용하는지, 또 투입 대비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더 나아가 왜 엑셀파일로 작업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이득이 있는지도 고민했다. 이렇게 상황을 해체하고 나니, 지금 시점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느 부분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정리할 수 있었다.


최상의 방법은 모든 Data를 RMS에 입력하는 것이지만, 이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RMS에 입력된 Data를 엑셀파일로 내보내기 할 게 아니라, 입력 방식을 분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RMS에 입력된 Data는 그 자체로 분석에 활용하고, 나머지 입력 내용은 활용하기 편리한 PPT 파일로 작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분리한다면, RMS의 인터페이스 수정 작업이 필요 없게 된다. 이렇게 재구성하니 과정이 훨씬 편해졌다.


하지만 실무 적용이라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존에 해오던 관성 때문에 양식 변경이라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쉽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RMS와 엑셀 파일만 분리하고, PPT 양식 적용은 자율에 맡기는 방안으로 결정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경쟁력 있는 양식이 살아남을 것이다.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존의 관성을 극복해야 한다. 아이디어의 효과가 크다면 이 관성을 극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용되지 못할 것이다. 적용되지 못한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킬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선 또다시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취준생이나 신입사원이 자신의 업무영역에 창의성을 적용하는 것은 단 한 번에 되는 것은 아니다. 인내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스티브 잡스의 명언 ‘Stay hungry, Stay foolish!’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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