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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Jun 13. 2022

로봇 제작: 책상을 나와서 더 넓은 세계로

(+메이커의 키보드 청소) 지금은 부캐 시대 EP.2

"Switch on power, that’s very exciting moment of making"

"전원 스위치 온, 메이킹에서 가장 흥분되는 순간"

- 본인 명언. 긴 시간의 메이킹 끝에 작품에 전원을 투입하여 움직이는 가장 즐거운 순간을 표현하며.



지난여름, 책상 한편에 놓인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시작한 직장인의 취미 로봇 만들기는 가을의 낭만을 지나 크리스마스의 겨울을 맞이하기 시작하였다. 이때쯤 되자 그동안의 로봇 제작 작업과 수고에 감사를 하려는 듯, 로봇의 몸체는 갖가지 부품들이 장착된 멋진 모습을 자랑하기 시작하였다. 무선으로 명령을 받는 와이파이 공유기 모듈까지 설치하자 드디어 내가 구상한 로봇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이제 로봇에 프로그램만 입력하면 힘차게 움직일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사진 1. 완성된 로봇의 사진. 배터리의 스위치를 ON시키자 지금이라도 바로 움직일 수 있다는 듯, 로봇의 동작 상태를 알려주는 LED 램프가 밝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로봇의 몸체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XBM-DN32H2 PLC 제품에 프로그램을 입력할 순서가 되었다. 로봇에 설치된 와이파이 공유기 덕분에 거추장스러운 USB 케이블 없이도 노트북에서 PLC를 원격 접속할 수 있었다. 또한, 무선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서 동작의 테스트 및 프로그래밍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다. 로봇 제작을 하면서 LS ELECTRIC의 PLC 제품을 편리하게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낸 것이다. 


한편, 프로그램은 C언어처럼 텍스트로 작성하는 ST언어를 사용하였다. PLC의 프로그래밍에서는 주로 래더 로직이라는 언어가 많이 사용된다. 래더 로직은 PLC에 연결하는 입력 스위치 및 출력 릴레이를 기호로 표시하여 전기회로 도면처럼 그리면서 작성하는 언어이다. 로봇의 제어는 래더 로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나, 동작 및 명령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도면이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신 ST언어를 선택하였으며, 복잡한 선의 연결을 몇 줄의 텍스트로 대체할 수 있는 ST언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간단하게 프로그램을 작성하였다. 


사진 2. 로봇 제작을 완성되고 나서 프로그램을 PLC에 다운로드하는 과정을 촬영한 사진. 노트북과 PLC는 WI FI로 연결하였다. 또한, 소프트웨어는 XG5000을 사용하였다.


로봇 제작 이야기만 하면 지루할 수 있는 독자 여러분들을 위하여,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나는 봄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글쓰기로 수고하는 키보드를 청소하기로 하였다.


메이커의 키보드 청소라는 것은 특별하다. 먼저, 키보드 위의 키 캡들을 모두 경쾌하면서도 부드럽게 분리하여 준다. 그리고 시계수리 장인처럼 하판을 고정하는 나사들을 드라이버로 살살 풀고 흩어지지 않게 책상 한구석에 잘 모아둔다. 그 다음 키보드 기판을 분리하고, 키보드 멤브레인을 분리하고(가장 섬세하게 다뤄주어야 할 부품!), 완전히 분리된 키 캡들과 키보드 상판에게 목욕재계를 시켜주고, 시원한 봄바람으로 물기를 닦은 부품들을 분해의 역순으로 다시 조립하면 키보드 청소 끝!


이렇게 수고를 한 다음 나만의 카레 맛집으로 잠깐 점심 식사를 하러 다녀왔다.






그리고 12월의 어느 겨울의 저녁, 종로 세운 상가 1층 세운 홀에서는 메이커들의 사교 행사라고 할 수 있는 메이커스 파티가 또 열렸다. 파티에 도착한 나의 백팩에는 세상을 향하여 당당하게 “Hello, World!”라고 인사할 준비가 된 로봇이 탑승하고 있었다. 


세운 홀에는 작품을 전시하는 탁자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 위에는 다른 메이커들이 만든 작품들이 멋진 조명 아래에서 그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전시된 훌륭한 작품들을 둘러보는 한 편, 나는 백팩에서 노트북과 함께 로봇을 천천히 세운 홀의 스테이지 위에 등장시켰다. 


사진 3. 세운 홀의 스테이지 위에 등장한 로봇의 모습. 공연을 시작하기 전 자세를 가다듬는 중이다.


로봇의 전원 스위치를 ON 시키고, 로봇을 제어하는 INFOU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노트북을 부팅 시켜서 로봇의 WI FI공유기에 접속하였다. 통신 상태를 확인한 다음 INFOU 런타임을 실행하여 커맨드 화면을 띄우고 스위치 및 버튼 그래픽 오브젝트를 조작하면서 몇 가지 기본 동작을 체크하였다.


‘좋아, 테스트 때와 마찬가지로 정상 동작을 하는군.’


노트북과 로봇이 원활하게 통신하면서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어느새 메이커들이 근사한 다과가 차려진 테이블 주변에 모여서 열심히 토론하는 중이었다. 나는 그들의 앞으로 천천히 로봇을 전진시켰다. 


사진 4. WI FI로 연결되어 로봇을 조종하는 노트북과 함께 촬영한 사진. INFOU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노트북을 이용하였다.


반가운 로봇 손님의 등장에, 메이커들은 잠깐 토론을 내려놓고 나와 로봇에게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그들은 로봇을 움직이는 방식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졌다. 흔한 블루투스 리모컨과 아두이노 보드*를 사용하는 로봇 제작과 조종은 로봇 취미를 가진 메이커들에게는 많이 익숙했다. 그러나 산업용 장비인 PLC가 노트북과 통신을 하면서 로봇을 제어하는 것은 메이커들에게 처음이었던 것이다. 


나는 LS ELECTRIC의 PLC 제품이 로봇에서 하는 역할과 함께, 어떻게 노트북에서 내리는 명령이 PLC를 거쳐서 로봇의 무한궤도를 움직이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였다. 설명이 끝난 다음에는 메이커들의 요청에 따라 실제로 주행을 시키기도 하였다. 로봇은 파티 테이블 사이를 누비고 다니면서 유연한 동작을 자랑하기도 하였으며, 세운 홀의 넓은 스테이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무한궤도를 돌리는 모터의 튼튼한 성능을 뽐내기도 하였다.


* 아두이노 보드: 이탈리아의 디자이너인 마시모 밴지(Massimo Banzi)와 다비드 쿠아르티에예스(David Cuartielles)에 의하여 개발된 마이크로 보드 컨트롤러. 프로그램 및 전기/전자 관련 기본 개념만 알고 있으면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이 기술을 이용한 창작 활동을 하는 데 많이 사용된다. 


사진 5. 메이커들의 요청에 따라 동작을 시연하는 모습.


그렇게 메이커들과 소중한 만남을 가지고, 나는 로봇과 함께 다시 책상 위의 연구실로 돌아왔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소중한 의견들을 천천히 정리하는 한 편, 나는 다음과 같이 메이커들이 공통적으로 한 질문에 주목하였다.


”이제 이 로봇으로 뭘 할 수 있지요?”


메이커들은 나의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것 외에 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였던 것이다. 과연 내 로봇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나의 ‘로봇 만들기’에게 더 필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구나, 내 로봇은 기능과 능력이 필요해!’


이러한 생각과 함께, 나는 다시 로봇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것들을 갖추기 위해서는 변신이 필요하다고 로봇은 스스로의 모습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IoT(Internet of Things)를 지원하도록,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제작 방식도 연구해야 했다. 그리고 많은 기능들을 탑재할 수 있게 로봇의 하드웨어를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로봇 몸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능 기판들을 스스로 설계하여 만든 PCB*로 대체하는 것이다.


*PCB: 인쇄 회로 기판(Printed Circuit Board)의 줄임말. 플라스틱 수지 등의 재료로 만든 판 위에 얇은 구리로 회로를 인쇄 및 부품을 납땜하여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TV, 냉장고, 컴퓨터 등의 가전제품에서부터 항공기, 로켓, 인공위성 등의 특수 전자 장비를 구성하는 부품으로 많이 사용된다. 


사진 6. 현재 진행 중인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로봇을 제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도중에 촬영한 사진. 앱은 무료로 공개된 것을 사용하였다.


“EP.2 로봇이 간다, 책상을 나와서 더 넓은 세계로”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다음의 브런치 연재에서는 변신하면서 새로운 힘을 갖추는 로봇 제작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칼럼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다채롭고 재미있는 직장인 취미 이야기들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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