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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윽 May 14. 2022

'타이거즈'냐 '위즈'냐 그것이 문제로다

우리 아들은 어떤 팀을 응원할래?

우리 부부의 8년 연애 기록에서 프로야구는 뺄 수 없는 항목이다.


데이트 장소를 찾다가 야구장에 가게 되었고 야구장의 매력에 먼저 빠졌다.

나는 야구장의 푸른 잔디를 좋아했다. 지붕 쪽 맨 위의 좌석에서 잔디를 보고 있자면 푸른 하늘과 초록색의 잔디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아내는 응원단과 음식을 좋아했다.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올 때 나오는 등장곡과 거기에 맞춰서 춤을 추는 치어리더를 보며 한껏 흥에 겨웠다. 그리고 언제나 그녀의 오른손엔 닭다리가 쥐어져 있다. 서로 각기 다른 이유였지만 공통은 하나였다. 야구장. 재밌게 즐기면 좋았겠지만 우린 이내 그럴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우린 좋아하는 팀이 달랐다.     


수원 출신인 아내는 wiz의 팬이다. wiz는 1군으로 올라온 해부터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항상 하위권의 팀이었다. 그런데도 아내는 나름의 방식으로 wiz를 응원하고 지켰다. 21년 wiz가 우승을 차지했을 때 아내의 어깨는 마치 자신이 우승한 것처럼 한껏 펴져 있었다. 21년 wiz를 우승시킨 감독이 누구? 이강철 감독이다. 이강철 감독은.. 타이거즈다.      


전라도 출신의 아버지를 둔 나는 어렸을 때부터 ‘타이거즈’만 알았다.

야구는 ‘타이거즈’만 하는 줄 알았다. 왜냐? 11번 우승한 명문 프로야구팀이니까. 17년 이후 몇 년 주춤하며 예전의 기세를 잠시 잊긴 했지만 17년 한국시리즈는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5차전 9회 2사 만루 상황에 뜬 공과 함께 하늘 위로 손을 번쩍 드는 양현종 선수의 모습, 승리가 확정되자 김민식 포수와 껴안으며 승리를 만끽하는 장면은 여전히 내 가슴속에 있다.     


처음엔 아내가 좋아하는 야구팀을 타이거즈로 바꾸어 보려 노력도 했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고 결국 내가 직접 wiz의 유니폼을 사주었다. 국적을 바꿀 순 있어도, 좋아하는 야구팀을 바꾸긴 어려웠다.     


이렇게 우리 사이에 끝나지 않은 이 논쟁에 더해서 새로운 논쟁이 만들어졌다.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어느 프로야구팀에 팬으로 만드느냐이다.     


- 우리 아들은 야구 명문 ‘타이거즈’ 팬이 되는 게 바람직한 길 아니겠냐. 승리의 포효를 지르러 가야지.

- 무슨 소리냐 작년 우승팀 ‘wiz’지. 마법사가 되길 바라. 기적이 이루어 지는 마법.


오랜 공방 끝에

.

.

- 그럼 공평하게 우리 아이는 인천 출신이니 ‘랜더스’ 팬 시키자.

- 그래. 타이거즈나 위즈나 마음고생하는 건 마찬가지니, 지금 1등 하고 있는 랜더스 팬을 시키자.     


이렇게 부모 사이에서 오랜 협의 끝에 현명한 타협안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

.

가만..     

.

.

.

정작 이 아이는 생후 4개월이라 야구는 관심도 없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불합격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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