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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윽 May 09. 2022

불합격을 축하합니다.

긴 인생 속 짧은 도전과 실패

1년에 자격증 하나. 내가 세운 내 목표다.


작년에 못 이룬 목표를 이루고자 22년 5월 7일 정보처리기사 실기 시험을 치렀다.

두 번째 실기 시험이었다. 첫 번째 시험에서는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아서 24점이라는 기가 막힌 점수를 받고 떨어졌다.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뭐 아쉽거나 아까운 것도 없었다.     


해가 바뀌고 이 시험에 목매는 것이 싫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직장에, 육아에 정신이 없었지만, 나름 시간을 만들며 하루에 적게는 30분 많게는 2시간씩 틈틈이 시간을 내어 약 두 달간 준비하여 시험을 보았다.      

시험 난이도 체감은 매우 높았다. 그동안 시험에 자주 나왔던 빈도가 높은 것들 위주로 공부했는데 그런 부분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내가 공부하지 않은 부분에서 너무 생소한 내용으로 문제들이 나왔다. 꾸역꾸역 작성한 시험지를 제출하고 그동안의 시험 짬밥으로 길러진 경험치로 나의 불합격을 예상할 수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채점을 했다. 채점 결과 예상대로 합격 기준인 60점은 넘지 못했다. 나의 점수는 58점으로 한 문항만 더 맞췄다면 합격할 수 있는 점수였다. 합격 점수에 약간 못 미치나 많이 못 미치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속이 상했다.      


‘헛공부했네’

‘쪽팔려’

‘힘들었는데 다 물거품이 되었어’

‘남들은 쉽게 잘만 딴다던데’     


실패하면 불합격하지 않으려 공부하고 노력한 시간, 시험 준비만 하느라 다른 걸 하지 못한 기회비용 등 모든 것들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그럴수록 더 실패에 익숙해지려고 하는데, 실패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1년에 한 번 보는 시험도 아닌 3개월에 한 번 볼 수 있는 자격증 취득도 떨어지면 이렇게 속이 상한다. 준비 기간을 떠나 성심을 다 하고 노력하여 심혈을 기울인 시험일수록 실패하면 그 실패는 언제나 더 열심히 전력을 다하지 못한 나 자신을 내가 좀먹는다. 자책과 후회다. 스스로 비난하고 스스로를 욕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건 아무리 내 탓을 하며 자책과 후회를 해도 이미 나온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정보처리기사 카페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쓴 글을 읽었다.

‘3번 답 OO 맞나요?’

‘서술형 이러이러하게 썼는데 이거 정답 맞나요?’

'~라고 쓸걸. 틀렸네요. 재수입니다'

'맞았네요. 휴, 60점으로 합격입니다.'

점수 주는 채점자는 카페 들어와서 이 글을 읽지도 않을 텐데. 같은 수험자 신세의 사람끼리 밑에 리플을 달고 그 글을 보며 불안함을 달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얼마 간 보다가 지긋이 카페 창을 닫았다. 좌절하고 있기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산업인력공단에 들어가서 다음 시험 접수 날짜부터 확인하였다. 7월 24일 일요일. 정보처리기사 합격을 향한 세 번째 도전 날이다. 떨어짐을 빠르게 인정하고 더 나은 학습 방향을 정해 묵묵히 7월까지 할 뿐이다.     


5월의 합격을 7월의 합격으로 잠시 미루었다. 불합격했다고 하여 내 인생이 실패한 건 아니다.

단지 합격이 76일 뒤로 미루어진 것뿐이다.

떨어진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다.

다시 준비해서 합격하면 된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다시 마음을 먹는다. 담대하게 내 갈길을 갈 뿐이다.

실패에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긴 인생에서 짧은 나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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