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링이 예술인 두 번째 이유

선수의 등장

by 이스윽

프로레슬링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강한 스포츠이다. 사실 스포츠를 가장한 엔터테인먼트라고 분류해도 무방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프로레슬링이 예술인 두 번째 이유. 바로 레슬러의 '입장'이다.


레슬러의 입장은 말 그대로 입장 자체가 '예술'이다.

레슬러가 등장할 때 나오는 음악과 영상(타이탄트론), 무빙 라이트, led와 같은 화려한 조명, 폭죽과 같은 특수효과 , 카메라 워킹은 그야말로 한 번에 어우러지며 최고의 장면을 연출해낸다.


골드버그.jpg 불꽃을 맞으며 등장하는 골드버그


대부분 기타, 드럼, 베이스와 같은 악기로 전투력이 충만해지는 락과 같은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온다.(위의 레슬러의 등장음악은 락이 아님) 자신의 콘셉트에 맞는 의상을 입고 레슬러가 등장한다. 관객은 그를 보며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다. 그의 시그니처 행동이 관중을 더욱 열광시킨다. 예를 들면 위 사진의 레슬러는 나올 때 불꽃을 맞으며 등장한다. 불꽃 샤워가 끝나면 레슬러는 입안에 연기를 내뿜으며 포효하고 허공에 섀도 복싱과 킥을 한다. 이때 섀도 복싱과 함께 폭죽이 함께 터진다. 그 효과는 실로 어마하다. 오늘의 경기도 역시 이길 것만 같다.


트리플 h.jfif 물을 뿜는 트리플 H

트리플 H는 링에 등장하여 머금었던 물을 분무기 마냥 분사한다. 저게 무슨 멋인가 싶겠지만 등장 음악의 박자에 맞추어 뿜으며 흰 조명에 비친 물을 잡는 카메라 워킹이 정말 기가 막힌다. 야수가 한 마리 서 있는 강한 남성미를 느낄 수 있다.


Finn Bálor First Entrance as US Champion: Raw, March 7, 2022 - YouTube

요새 흥미 있게 바라보는 핀 벨러의 등장이다. 등장 중 음악 리듬에 맞추어 조명이 화이트로 바꾸며 모든 팬이 두 손을 번쩍 든다(24초부터). 팬들에게 누군가가 가르치지도 않았고 따라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저 순간 모든 팬은 핀 벨러와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 관객과 배우가 분리되지 않고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야 말로 공연예술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 중 하나인데 프로레슬링에서는 이런 요소가 등장할 때마다 순간 만들어진다.



이러한 등장이 처음엔 어색할지 모르지만 매주 비슷한 장면을 보다 보면 학습이 된다. 그래서 노래만 들어도 어떤 선수가 나오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각 레슬러의 등장에 맞는 음악과 행동, 카메라 워킹이 자연스럽게 예측이 된다. 선수가 등장을 보며 음악의 박자를 맞추고 그다음 행동을 예상한 뒤 마음속으로 그 행동을 함께 한다. 선수와 내가 동일시된다. 그리고 등장을 보면 모든 선수가 다 자신감에 차서 이번 경기를 자신이 승리할 것처럼 보인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결연한 그의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여전히 프로레슬링을 볼 때면 선수의 등장만으로도 내 가슴은 웅장해지고 기대가 된다. 내가 이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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