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부럽지가 않어.

그대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며 느낀 점.

by 이스윽

화장실 변기에 앉아 카톡 친구 목록을 들여다본다.

ㄱ부터 ㅎ까지 차근차근 내리며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한다.

뭔가 관심이 갈법한 사진을 발견하면 크게 눌러 확대해서 본다. 그래도 아직 등산 사진이나 꽃 사진 해놓은 사람은 많이 없다.


요새 나의 관심은 출산, 육아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니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임신을 하거나 아이를 낳기 시작한다. 출산을 준비하거나 육아를 하는 친구들의 프로필을 눌러본다. 이들의 프로필 사진 특징은 단연 아이 사진이다. 신생아 사진을 올려놓고 배경에 디데이를 설정해놓는다. +77과 같은 숫자가 붙는다.


- 얘가 애를 낳았다고?

속으로 놀랍기도 하고 축하는 하나 축하 연락은 잘하지 않는다. 그저 볼뿐이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자신의 애인과 데이트하는 사진을 올려놓는 부류고, 연애를 하지 않는 친구들은 주로 해외에 여행 갔던 사진이나 클라이밍 같은 취미 사진을 올려놓기도 한다. 종종 이쁜 카페에서 찍은 잘 나온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네..


예전 같았으면 다 부러웠을 거다. 자녀가 있는 친구는 벌써 다 키워서 아이랑 같이 놀러 다니는 것 같아 부러웠을 거고, 아직 혼자인 친구는 자신의 자유시간을 활용해서 잘한다는 식당이나, 풍경 좋은 가고 싶은 곳을 얼마든지 찾아다니는 것 같아 부러웠을 거고, 한참 나이 어린 후배들 프로필을 보며 아직 어리다는 것을 부러워했을 것이다. 카톡 프로필을 잘 쳐다보면 부러운 것들 천지다.


그러나 이제 안 부럽다.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프로필 사진 속 저 행복한 순간을 위해 저들도 치열하게 일주일을 살아냈음을 알았다.

일주일을 버텨내고 한 달을 이겨낸다. 다시금 그들도 카톡 프로필 사진과 같은 순간을 만나기 위해 인내하는 걸 안다. 직장 상사한테 깨지고, 여자 친구와 싸우고, 매일 되는 야근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해한다.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며 순간순간 좋았던 포인트들을 사진으로 기억, 추억할 뿐이다.


이번 주말 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근처 맛집에 들러서 사진을 많이 찍어봐야겠다.

나도 하나 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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