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주를 돌아보며

반성과 다짐

by 이스윽

1. 날씨

2022년 7월 초 서울과 인천의 날씨는 무더위 아니면 비였다. 더우면 덥다고 에어컨을 틀고, 비 오면 습해서 에어컨을 틀고. 이번 한 주는 에어컨이 필수인 주간이었다.

에어컨은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 갇힌 나를 살려주었다. 그러나 에어컨은 잠깐의 시원함만 준다.

정신적으로 나를 살려주는 것은 달리기였다. 뛰러 나가서 땀을 쫙 빼고 오면 몸은 땀으로 찝찝하지만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보다 훨씬 가볍고 상쾌해졌다. 앞으로 달리기 횟수를 늘리고 싶다. 뛰고 있는 내 모습을 나 혼자 상상하면 엄청 멋있다. 심지어 이렇게 뛰다가 점차 살이 빠져서 슈트가 잘 어울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이건 거의 손석구다. 잠깐의 자아도취지만 어쨌든 뿌듯하고 보람차다.


2. 자격증

정보처리기사 2차 실기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새로 문제집도 사고 삼수생으로서 다시 정신을 다잡고 공부에 전념하려 했지만 회사는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내가 다시 한번 떨어지길 바라는 곳처럼 느껴진다. 핑계만 댈 수 없다. 회사일이 바쁘다는 변명은 이미 재수 때 쓰고 없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이 변명을 둘러대는 자체가 너무 없어 보인다. 2주일의 전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60점 기준 54점 탈락으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포기는 없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정보처리기사 후 공부하고 싶은 자격증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욕심을 찢어지게 많나 보다. 그런데 이런 건 아내한테 말을 못 한다.

나의 욕심과 희망, 미래에 대해 말 한 번 잘못 꺼냈다가는


-오빠, 일단 지금 하는 거나 붙고 말하자.

-....(두고 보자....)


그런데 이 시험 저 시험 떨어지는 걸 워낙 많이 봐온 아내여서 '탈락', '불합격' 했다고 해도 그러려니 한다.

일부러 나 기 안 죽이려고 아무 말을 안 하는 건가 싶다. 얼른 붙어서 당당하고 능력 있는 남편의 모습 보여주고 싶다. 밤에 지는 만큼 낮만큼이라도 좀 잘해보자!(근데 사실 밤에 질 일이 없음. 왜냐면 이기고 질 일 자체를 안 만듦... 이것도 반성하는 부분... 미안하다..)


3. 육아.

계속되는 야근으로 집에서 육아를 많이 신경 쓰지 못했다. 다음 주에 있는 회사 행사들로 인해 우리 아들의 성장을 잘 지켜보지 못했다. 아침 6시에 나가 저녁 9시에 들어오면 아이는 나에게 항상 자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금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조금 일찍 들어와 아들이 깨어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제 앞, 뒤로 뒤집는 것은 물론이고 방향 전환도 한다. 7월 말이 되면 조금씩 기어 다니지 않을까 아내는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그리고 이유식과 간식을 시작하며 세상에 맛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금요일 저녁에 먹은 간식은 사과 퓌레. 사과를 먹자마자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모습은 너무 이뻐 보였다.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갈 때마다 정말 입이 찢어지게 벌리는 그의 모습은 사뭇 진지해 보였으며, 분유를 먹을 때의 입과는 분명 달랐다.

187일 차에 당에 눈을 떠버린 나의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귀엽고 이쁘고 좋다.


4. 다짐.

다음 주까지만 일하면 한 달간의 휴식이 나를 기다린다. 다음 주에는 더 더워지려나. 아무튼 그때까지 미비된 회사 업무 일단 마무리 잘 짓고, 얼마 남지 않은 자격증 시험은 방학동안 준비 잘해서 이번엔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도록 해야한다. 더 이상 정보처리기사에 나도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 잘 하자. 제발 늘어지지 말고 잘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세상에 나온 지 180일이 된 우리 아들 원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