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이야기

꿈꾸는 책들의 미로

by lure
aaaa.JPG 발터 뫼어스, 꿈꾸는 책들의 미로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는 책을 처음 읽었을 때를 기억한다. 새로 샀던 책을 안에 '꿈책도'의 일부 내용을 담은 광고지가 들어 있었다. 그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누나는 바로 꿈책도를 샀고, 발터 뫼어스의 차모니아 연대기와 첫 만남이었다.


누나나 나나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아주 좋아했지만, 누나는 나처럼 다른 차모니아 연대기 책까지 파고들지는 않았다. 나는 '루모와 어둠 속의 기억'을 사서 읽었고, '에코와 소름마법사',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발매된 발터 뫼어스의 초기작 '엔젤과 크레테'까지 읽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sf나 판타지 세계관을 좋아했다. 아마 게임을 좋아했던 탓인 것 같다. 차모니아 시리즈는 내가 보았던 어떤 판타지 세계관과도 달랐다. 현실과 판타지가 중첩된 듯한 기묘한 세계관, 매력적인 여러 종족들, 가슴 뛰고 긴장감있는 이야기까지.


그렇기에 나는 꿈꾸는 책들의 미로의 마지막을 보았을 때,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것 없는, 속이 빈 이야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책 속에는 가슴떨리는 모험도, 새로움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 꿈꾸는 책들의 도시 결말의 대화재 이후 재건된 부흐하임을 묘사하는데 쓰이고 있다. 중후반부터는 부흐하임에 퍼진 인형중심주의 운동에 대해서 자세히 적어나간다.


물론 작가는 이 이야기가 단지 서막에 지나지 않으며, 후속작에서 더 놀라운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작가의 말에서 암시한다. 그럼에도 책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여전하다.


미텐메츠는 변했지만, 책의 구성은 상당히 비슷하다. 미텐메츠는 편지를 읽고 충격을 받아 린트부름 요새를 떠나 부흐하임으로 향하고, 부흐하임을 잘 알지 못했던 그(미로에서의 미텐메츠는 부흐하임을 잘 알았지만, 그가 알던 그 도시는 모두 잿더미가 되었다.)가 도시를 돌아다니며 여러가지를 경험한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도시 아래의 미궁으로 들어가게 된다.


너무나 익숙하다. 이야기의 구조도, 등장인물들도 말이다. 후속작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후속작 역시 꿈꾸는 책들의 도시와 비슷한 구조라면, 이 책을 칭찬하거나 추천하기는 곤란할 것 같다. 내 마음 속 책 순위에서, 이 책은 차모니아 연대기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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