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정비공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메트로베니아와 퍼즐이 적당히 섞인 아이코노클라스트는 10년 여의 세월 동안 1인 개발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필자는 이런 류의 게임을 거의 해보지 않았기에 게임성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껏해야 어릴 적 록맨이나 해봤을까. 그마저도 어려워서 그만두었지만 말이다.
나처럼 이런 게임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사람에게 한 마디만 하자면, 이 게임은 전혀 어렵지 않다! 컨트롤의 여지는 보스전을 제외하면 크게 없으며 그 마저도 스탠다드 난이도로 하면 재미있게 즐길 정도로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아이코노클라스트의 게임성보다는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필자는 게임을 시작할 때 정비공인 소녀 '로빈'이 성장해가는 스토리를 담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전혀 반대였다. 로빈으로 인해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성장해나간다.
로빈의 동료 미나는, 어머니와 상당히 어려운 관계를 겪고 있다. 그녀는 다른 사회와 단절되어 살아가는 부족 '이시' 족의 소녀인데, 언제나 밖을 나다니기 일쑤라 주변 사람들, 특히 어머니에게 원망을 받는다. 미나의 어머니는 이시족이 아닌 외부인 출신이기에 더욱 외로움을 타고,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녀는 점점 멀어진다.
그렇다고 미나가 나쁜 아이인 건 아니다. 단지 표현이 서툴 뿐. 미나는 게임 도중 주인공 로빈에게도 심한 말을 한다. 하지만 로빈은 그녀를 이해하며 도와주려 하고, 악당들에게 잡혀간 미나의 친구 삼바를 구하기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 로빈을 보며 미나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게 된다.
또 다른 동료, 로얄. 그는 신적 존재로 추앙받는 '어머님'의 후계자가 될 사람이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로얄은 마법을 사용하는 등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허나 언제나 보살핌과 떠받듦 속에서만 살았기에, 인격적으로는 미성숙하다.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여기며 행동하지만 '어머님' 등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비난하자 심각한 자기부정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로얄은 '어머님' 을 비롯한 각종 적들을 물리치고 고난을 헤쳐나가는 로빈의 모습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는 약간씩이나마 변해간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책임지기 위해서 로빈과 함께 달로 향한다. 지구를 침공하려는 '스타웜'과 교섭하기 위해서 말이다.
주인공의 오빠인 엘로. 그는 '어머님'의 천벌에 의해 아버지와 딸을 잃었다. 그에게 남은 건 이제 동생 로빈 하나 뿐이었다. 엘로는 그녀를 해바라기 아가씨라고 부르며 아끼고, 위험한 일에 빠져들지 못하게 계속 막으려 든다. 미나와 로빈이 삼바를 구하러 갈 때도, 로얄과 로빈이 달로 향할 때도 그는 계속 동생을 가지 못하게 한다. 심지어는 최종 보스인 '스타웜'을 상대하기 직전에도, 집에서 같이 최후를 맞자며 여기에 있어달라고 부탁한다. "네가 모든 걸 하려고 하지 마." "네가 모든 걸 지킬 수는 없어' 라고 말하며.
로빈이 스타웜을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엘로는 조용히 말한다. "네가 했구나." 그리고 "이제 너에게 간섭하지 않을게."
로빈은 게임 내에서 선택지를 제외하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과묵한 주인공' 이기에, 우리는 그녀의 성격에 대해서 자세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에게 사람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 세상에 절대선하고 모든 걸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게임에서나마 로빈 같은 인물에게서 위안을 받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다.
개인적인 점수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