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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Jan 11. 2019

크로스코드 리뷰

웰메이드 도트 RPG, 혹은 퍼즐 게임

크로스코드 맵 '가을의 부상'의 OST


당연한 얘기지만 '재미있는 게임' 이라는 건 사람마다 지극히 다르다. 누군가는 게임에서 영화와 같은 장대한 스토리를 원하고, 또 누군가는 어려운 난이도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원한다. 또는 그냥 화려한 그래픽과 액션을 원하는 사람도, 캐릭터가 성장해나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보통 게이머들이 말하는 '갓겜' 이라는 건, 이 기준 중 하나를 굉장히 깊게 충족시키거나, 혹은 여러 개의 기준을 두루두루 충족시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하는 게임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오늘 소개하려는 크로스코드는 갓겜일까,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편적인 갓겜은 아니다.


Radical Fish Games - 크로스코드(CrossCode)
처음으로 도착하는 마을, 초보자 항구

게임을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응? 이거 그냥 도트 RPG 게임 아니야?' 라고. 하지만 몇 시간 플레이를 하다가 보면 깨닫게 된다. 아, 이건 액션 도트 RPG의 탈을 쓴 퍼즐 게임이구나 하고.


게임을 하다보면, 정말 도트 그래픽과 스킬 이펙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퍼즐이 많다. 퍼즐도 대부분은 머리를 엄청 써야한다기 보다는 약간 짜증을 불러오는 유형의 퍼즐들이다(머리써서 깨는 게 없다는 건 아니다.). 타이밍을 맞춰 구슬을 날려놓고 빨리 이동해서 뭔가 해야한다거나, 2D로는 잘 구분되지도 않는 높낮이를 확인해가며 점프를 해야한다거나.


겨울풍의 베르겐 마을

개인적인 느낌으로, 크로스코드의 전투와 퍼즐의 비율은 아마 40:60 정도로 퍼즐이 조금 더 많은 듯하다. 심지어 보스전도 퍼즐 느낌이 나는 것들이 많다. 물론 다른 RPG 게임에서 보스 패턴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움직이는 것도 어느 정도 퍼즐과 관련있기는 하다. 하지만 크로스코드는 보스전 도중에 진짜 퍼즐을 깨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냥 사냥을 할 때도 몬스터들마다 특정 패턴을 통해 '격파' 상태로 만들어야 딜이 잘 들어가는 등 퍼즐적인 요소들이 정말 많다. 그렇다고 모든 캐릭터의 격파 발동 조건을 다 알아야하는 건 아니다. 짜증나면 그냥 딜로 밀어붙여도 상관없다. 필자는  방어 스킬을 거의 쓰지 않아서 방어 스킬로 격파를 유도할 수 있는 몬스터가 있다는 사실을 게임 클리어하고 나서 알았다.


미끄러운 얼음으로 인해 굉장한 짜증을 유발하는 '진전의 동굴' 서브 퀘스트. 말 그대로 서브 퀘스트라 안 깨도 되기는 한다.

 크로스코드를 마냥 갓겜이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가 이런 퍼즐들 때문이다. 실제로 퍼즐과 파쿠르가 너무 어려워서 중도 포기, 혹은 환불했다는 사람들도 인터넷 상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필자도 얼리 엑세스 때에 이 게임을 샀는데, 한 보스전이 너무 어려워서 중도 포기하고 한동안 접었다가 정식 출시된 이후에야 다시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즐겼으면 좋겠다. 특히 2D 도트에 환장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런 사람이라면 퍼즐 때문에 짜증이 나도 그래픽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질 것이다. 이 게임의 도트 그래픽과 스킬 이펙트는 도트 게임 정석의 끝을 보는 듯하다. 말로하기 보다는 몇 개 보고 가도록 하자.


불속성 원거리 3단계 스킬
파동속성 원거리 3단계 스킬
얼음속성 원거리 3단계 스킬

위의 스크린샷들에 끌린 사람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 번 사보길 바란다. 스팀으로 사서 2시간정도 해 보고, 나랑 맞다 싶으면 사고 아니면 환불하면 되니까. 필자는 포탈도 하다가 접었을 만큼 퍼즐을 싫어하는데, 이 게임은 꾸역꾸역 깼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퍼즐이 어렵거나 피지컬을 요하기보다는 인내와 끈기를 요구한다. 한 마디로 퍼즐 난이도가 엄청 어려운 건 아니다. 시간만 좀 들이고 고민 좀 하다보면 깰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최근 패치로 옵션에서 퍼즐 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게 되어, 어렵다 싶으면 해당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된다.


주인공 레아(좌)와 크로스월드에서 만난 친구 에밀리(우)

게임의 스토리는, 아주 깊이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꽤 흥미롭다. 주인공 '레아'를 비롯해 등장인물들은 게임 속의 가상현실 게임인 크로스월드에 접속한 플레이어들이다. 레아는 어찌된 일인지 크로스월드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아바타 상태로 눈을 뜬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채팅 기능에도 문제가 있어 말을 제대로 할 수도 없고, 기억도 사라진 상태.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크로스월드에 들어간 레아는 거기서 만난 '에밀리' 등과 함께 크로스월드를 탐험하며 자신의 기억과 게임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헤메게 된다.


캐릭터들도 아주 매력적이다. 뭐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동료 캐릭터들 성격이 아주 제각각들이라 파티로 데리고 다니면서 얘기를 듣는 맛도 있다. 엔딩이 다소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엔딩 이후의 이야기가 DLC로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도트 RPG를 좋아한다면, 퍼즐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 해보길 바란다. 플레이타임은 1회차 기준 50-60시간 정도.


개인적인 점수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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