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알면 기업이 보인다(21)
한국항공우주 KAI(카이)는 항공기 부품, 완제품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1999년 설립되었습니다. 전투기 FA-50, 공격기 KA-1, 훈련기 KT-1 T-50, 헬리콥터 수리온 등 주요 제품을 보면 알겠지만 KAI는 방위산업체입니다. 군 관련 무기를 납품하는 기업입니다. 국내 유일의 종합 항공체계 제조업체로 꽤나 잘 나가던 카이가 2017년 방산비리 한 방에 ‘훅’ 갑니다.
2017년이니까 벌써 2년 전 여름입니다. 검찰이 한국항공우주 방산비리 수사 과정에서 채용비리와 협력기업을 통한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을 밝혀냈습니다. 이후 한국항공우주는 분식회계 의혹까지 거론되며 주가까지 추락했습니다. 방산비리에 대한 검찰조사가 발표된 다음 회계에 관한 점검이 들어갔는데, 당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후라 대주주가 국책은행인 점, 수주산업 특징인 미청구공사 등이 비슷했기에 분식회계 논란은 더 심하게 제기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한국항공우주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하락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는 또 고등훈련기 T-50 계열 항공기와 기동헬기 수리온 등 주력 제품의 부품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도 최소 수백억원대 매출을 과대 계상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로기 상태' KAI…분식회계 의혹 '핵펀치'
https://www.yna.co.kr/view/AKR20170804132400008
*참고 – 한국항공우주의 대주주가 국책은행인 이유는 IMF 시절 적자에 시달리던 항공사를 통하면서 항공기 종합개발회사를 만들었고, 채무를 갖고 있던 은행이 자본으로 전환을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에 대한 회계적 의혹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해외 수출에 대한 매출을 과하게 높게 잡지 않았느냐?, 미청구공사가 증가하고 있는데 회수가 진짜 가능한가? 등입니다. 경영진 내부통제가 엉망이었다는 점에서 장부관리까지 의심받게 된 셈입니다. 그사이 대표이사는 교체되었고, 2017년에는 2,088억 원의 적자(영업손실)을 기록합니다. 엄청난 손실을 낸 카이. 지금 상황은 어떠한지 2019년 1분기 보고서를 기점으로 카이의 재무제표를 살펴 보겠습니다.
간단히 회사 개요를 다시 한 번 읽어 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식회사(이하 KAI or 카이)는 종속기업으로 (주)타아스, 한국항공서비스(주), Korea Aerospace F.W. Inc을 갖고 있으며, 항공기 부품 및 완제품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1999년 설립, 본사 및 공장은 경상남도 사천시에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26.41%, 국민연금공단 5.33% 기관 및 기타 61.87%의 지분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2013~2016년까지 카이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2016년에는 3조 1,006억 원의 매출액, 3,149억 원의 영업이익, 2,681억 원의 당기순이익 등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합니다. 그러던 카이가 방산비리 밝혀진 그 해 결산 2017년에 빨간불이 곳곳에 보입니다. 매출총이익부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이듬해인 2018년에는 바로 흑자전환을 합니다.
"짜잔! 카이 방산비리에 분식회계라며~ 그새 달라진 건가!"
FY2018년 기준 카이의 자산총계 3조 7,558억 원이고, 부채비율 257%입니다. 부채총계가 2.7조 원입니다만 사실 조금 따져보면 1,778+1,999억 원의 단기성 부채 그리고 2,596억 원의 비유동 사채가 있습니다. 심지어 2019년 1Q에는 부채비율이 308%까지 상승합니다. 계약부채(초과청구공사) 등이 있어, 그런 것이니 많이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더욱이 2019년 1Q 기말의현금및현금성 잔액이 4,544억 원이나 있습니다.
우선 2017년의 대규모 적자를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카이는 큰 물건을 계약해서 납품하는 수주산업입니다. 2017년 매출원가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원가 비용이 늘어 난 것보다는 매출액 규모가 줄어들면서 생긴 결과입니다. 주석22번 주요매출현황을 보면 <공사계약에 따른 진행매출>이 1조 8,583억 원(2016년) → 9,764억 원(2017년) → 5,977억 원(2018년) 줄어갑니다. 대신 <재화의 판매>는 2018년 2조 1,614억 원까지 늘어 납니다. 저는 방산비리 이후 KAI가 계약에 의한 진행률 매출을 보수적으로 처리했다고 봅니다. 일종의 Big Bath를 단행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새로 대표를 맡으신 분이 감사원 경력에 회계지식을 갖고 계신 분이라고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카이는 2018년 매출액 2조 7,860억 원이고, 흑자 전환한 영업이익 1,463억 원, 당기순이익 555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최근에 카이는 해외 진출, 민간항공기 생산 등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약간의 조짐은 보입니다. 2019년 1분기 손익 결과를 보면 우선 영업이익률(5.5%)과 당기순이익률(7.0%)이 예전 수치로 돌아 왔습니다. 또한 현금흐름표 상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매출의 대부분이 재화의 판매이고, 매출채권 회전(현금화)이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카이의 현금흐름은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입니다. 이유는 재고자산입니다. 2017년 이후 재고자산(4,641 → 12,908)이 확 늘어났습니다. 팔 수 없는 악성 재고가 아니라면, 팔리는 재화인데 곧 순차적으로 현금화가 될 것입니다. 그 효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더 개선되지 않을까 추정합니다. 최근 공시된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도 매출액 증가 기대감을 주고 있습니다. 6.4 이스라엘 G280 항공기 주익 공급 계약은 아직 본 계약 체결 전입니다만 6,187억 원 규모입니다.
KAI가 방위산업체에서 민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공장도 최근 짓는다고 공시했습니다. 강원도 고성에 짓는 민수사업 관련 공장 신축 투자금액이 687억 원입니다. 지난해 6월에는 소형무장헬기, 소형민수헬기의 군사장비 설계, 개발 제조업체 ㈜티아스 지분 100%를 취득했습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활동이 재무제표에도 보입니다. KAI 주석을 살펴 보면 무형자산 개발비 항목 중에 1,947억 원이 LCH 민간헬기 관련 개발비입니다. 민간항공기 쪽으로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카이의 사업분야는 한국 훈련기 양산 및 수출, 위성사업 등을 영위하는 방산 및 완제기수출 부문과 Boeing, Airbus 등을 영위하는 기체구기체부품으로 나눠집니다. 사업보고상으로 전체 매출액 중 64%가 방산 및 완제기 수출입니다. 35.8%가 민수(기체부품 등 민간)입니다. LCH(소형민수헬기)/LAH(소형무장헬기) 신규 개발 사업은 2015년 6월 개발에 착수 및 LCH는 2020년 민수인증을 획득하고 LAH는 2022년 개발을 완료 예정이라고 합니다.
카이의 계류 중인 소송은 대부분 정부 방위사업청과 소송입니다. 언제까지 군납으로만 살 것인가? 기술이 있다면…. 새 대표가 해외 수출과 민수를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은 카이가 방위산업체로만 남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물론 100% 독점적인 군수 시장을 포기하기 힘들뿐더러 민간 영역에서 경쟁은 녹록하지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출 아니면 답이 안 나오는 구조입니다. 내수가 작잖아요. 물론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항공기, 헬기 등 이 분야는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데입니다. 너무 오래 전 기억이지만 1982년에 우리나라가 만든 최초의 전투기 이름이 “제공호”였습니다. 이제는 여행객을 나르는 비행기를 만든다면~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KAI의 임직원 수는 4,794명 입니다. 항공기 사무직(남자)가 3,201명입니다. 비행기 만드는 연구원들일까요? 주석에는 ERP안정화 및 고도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카이가 방산비리, 분식회계로 위축되었습니다. ERP는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위함이죠. 카이가 해외의 민간기업들과 겨룰 수 있는 경쟁력 높은 회사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상기 내용은 FY19~14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 기준이며, 재무제표에 있는 내용만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리뷰한 것이오니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이미지 출처 - 상기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DART, 카이 홈페이지, FreeQratio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