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빚져도 되고, 국민은 안 된다?

부채 / 발권력

by 돈태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이 49%를 넘어섰다는 뉴스가 나왔다. 총 31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확정되면서다.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에서 1273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이번 2차 추경으로 1301조원을 넘겼다. 국내총산산(GDP) 대비 국가채부비율은 48.1%에서 49.1%로 높아졌다고 추정했다. 2차 추경을 위해 21조1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기 때문이다.


GDP는 대한민국에 있는 가계, 기업, 정부에서 한 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시장가격 총합이다. 총합의 절반 정도 규모가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이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왜 가계와 기업의 생산물 가격까지 다 합쳐서 따질까? 일반 가계들은 자신들의 소득 또는 자산을 기준으로 부채 수준을 따진다. 이것이 부채상환능력이다. 가계들의 대표적인 대출 규제 기준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역시 해당 가계의 연간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정부는 자신들이 벌어들인 수입 외에 다른 경제 주체들의 소득이 될 생산물 등의 가격까지 포함해서 부채비율을 계산하고 있다.


정부도 한 해 벌어들인 수입 대비 부채가 어느정도인지로 따져야 하는 거 아닐까. 국민들의 세금으로 나라살림을 꾸리는 정부의 총수입(세수)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국가채무비율은 181.5%가 된다. 총수입이 651조원이고, 국가채무는 1273조원이다. 정부는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입의 2배 가까운 빚을 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자금줄을 조이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실수요자에게 6억원까지만 허용하고, 다주택자의 ‘갭투자’(전세 끼고 집 사기) 등 투기 수요는 차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의 반영이고,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각심도 엿보인다. 가계대출을 강력히 조이겠다는 이재명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첫 달인 지난달 한국은행에서 17조9000억원을 차입했다.


최근 국가부채, 부동산 대책, 정부의 한국은행 차입 등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정부는 빚을 져도 되는데 가계는 안 되는 것일까? 화폐 주권이라는 말은 정부만 마음대로 빚을 져도 된다는 말인가? 국가부채나 가계부채나 이미 소득 수준을 한 참 웃돌만큼 커진 상황은 같은데 이중잣대이자 정책적 모순 아닌가?


정부가 빚을 지는 것은 경기 부양, 공공투자, 사회안전망 확대 등을 위해 정당하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가계 역시 은행 대출이 쌓아 올린 집값을 감당해야 하고, 매년 떨어지는 화폐 구매력에 대응해 다른 자산에 투자할 돈이 필요하다. 추경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린 정부보다 각각의 사연에 따라 급전이 필요한 가계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절실할 수 있다.



정부와 가계의 역할을 분리해서 주장에는 정부는 '신용 발행자'이고 가계는 '신용 수용자'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국가는 위기 시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살리 책무가 있기 때문에 빚을 지는 것이 정당하되, 가계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질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 리스크로 전이 되기에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런 주장은 국가의 화폐발행 독점권을 옹호하는 현대화폐이론(MMT)을 이론적 토대로 하고 있다. MMT의 핵심 메시지는 '자국 통화를 발행할 수 있는 정부는 파산하지 않는다. 세금은 정부지출을 위한 재원이 아니라, 통화 가치를 조절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결국 파산하지 않는 정부가 자국 통화로 부채를 늘리며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써야 민간 소득도 늘어난다는 논리다. 여기서 세금을 적절히 거둬 통화가치가 너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반된 경제이론들이 겹겹이 쌓인 역사에서 MMT에 경도된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은 경제논리보단 정치논리에 가깝다. 정부든, 가계든 부채라는 경제 문제를 두고 다른 입장을 보이는 데는 국가부채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진영논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돈을 아끼려던 정부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옹호하는 정부로 바뀐 지 얼마 안 됐다.


국가는 부채로부터 자유롭고, 개인은 부채에 안절부절못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요즘이다. 국가가 독점한 화폐 주권을 계속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