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락, 갈랜드랜치 지역공원 Carmel Valley, CA
산타 루시아 산맥(Santa Lucia Mountains) 한 자락
갈랜드랜치 지역공원 Carmel Valley, CA
이 석 례
좁은 도랑 위에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
넓은 잡초밭을 가로 질러 갔다.
산책길을 내 준 산등성이 그 안에 가득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고령의 나무들
진한 체취의 냄새 신선하다.
울퉁불퉁한 나무껍질에 엉켜 사는 식물이
백발수염으로 늘어져 바람에 나부낀다.
숲은 진초록의 깊은 늪
그 안에 고여 있는,
시간이 사라진 채 이어 왔을 법한 이야기들
인디언들에게 중요했던 도토리나무는
지금도 열매를 맺고
칠엽수(벅아이Buckeye)도 한껏 잎을 벌려
듬직한 덤불을 이루고 있다.
보랏빛, 흰빛, 분홍빛 꽃들이
완벽한 나무들 사이에서
완벽한 자세로 제 할 일을 한다.
Siesta Point를 통과해
신발을 벗어 손에 들고
지구와 접지를 위해
풀빛 머금은 초원을 다시 걷는다.
세 살 정도 아이도 맨발로 뒤뚱뒤뚱
그 뒤를 따라 걷는 젊은 부부의 웃음에
절로 건네는 인사
좋은 날입니다.
2022.2.27. 두 번째 산책길에서, 대략 40분정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