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아 선생 May 04. 2022

팬데믹 시대 항공 패스워드

한국으로 돌아오기

          팬데믹 시대 항공 패스워드

              한국으로 돌아오기


                                                                  이 석 례



 캘리포니아 몬테레이에 있는 딸집에 얹혀살기, 90일을 하루 남기고 예약한 한국행 비행 일정이 취소되었다고 항공사에서 전화가 왔다. 무비자 미국 체류 마지막 날로 바꾸려하니 딸이 반대를 했다. 또 어떤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고, 그날 미국을 떠나지 않으면 불법체류가 된다고......, 우리는 모녀지간이지만, 성격이 나는 돈키호테, 딸은 햄릿이다.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을 뒤졌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나 멕시코에 잠시 다녀오면 다시 90일을 미국에 머무를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그러나 그런 꾀는 통하지 않았다. 옆에 있는 나라를 갔다 다시 오는 것은 소위말해 얌체족으로, 쳐주지 않았다. 체념하고 일단 한국에 갔다가 언제라도 다시 오는 걸로 마음을 달래고 마지노선에서 1주일 앞으로 당겼다. 딸은 안도를 하고 나는 화가 났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좋은 점을 억지로 생각해 가고 싶은 마음을 만들었다.

 그 후부터 쫒기 듯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이 아까워 마구, 동네와 해안가를 싸돌아다녔다. 흙길을 맨발로 걸으며 ‘마법의 양탄자’란 이름의 채송화가 피는 모습에 안달이 났다. 주택가와 바다 사이를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바다를 향해 절벽을 기어내려 가고 있는 꽃무리. 내가 떠난 5월 중순이 절정이라니 안타까워 ‘어쩔거나 어쩔거나’를 연발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돌아갈 준비를 해야 했다. 

 출발하기 전 코로나 상황이 다소 나아졌지만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치가 필요했다. 샌프란시스코 영사관, 항공사 등에 전화문의를 해도 답은 한 가지였다. 탑승일 기준 48시간 안에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PCR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와야 하고 그 결과지를 종이로 인쇄해 가지고 있어야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몬테레이 왔을 때 검사를 받았던 포톨라 호텔에 있는 카페검사소를 생각하고 비행 탑승 이틀 전에 그곳에 예약을 해두었다. 검사 당일 아침 7시부터 업무를 시작한다기에 일찍 서둘러서 갔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 의료보험에 가입된 사람만 검사를 해준단다. 어제부터 그런 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이 참 난감했다. 딸과 거리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모닝커피로 진정한 후 대형약국이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약국에서 검사를 받을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다. 두 시간 후 약국에 문의를 하니 몬테레이 시에는 없고 옆 도시인 마리나로 가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인터넷으로만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히 집으로 와 컴퓨터를 켜고 예약을 했다. 다행이 오후 3시에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다음 음성이 나와야 하고 또 결과지를 공항에 가기 전에 받아야 했다. 모두 40시간 안에 이루어져야 되기 때문에 걱정이 됐다. 처음 이곳에 와서 검사 받은 결과가 5일 만에 나왔기 때문이다. 나를 안전하게 보내야 하는 딸이 안달이 났다. 이리 저리 알아보더니 산호세라는 도시에 가서 검사를 다시 하고 그곳 호텔에서 하루 자자고 했다. 딸 말은 이제 명령이 됐다.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산호세에서 PCR검사는 12시간 안에 결과가 나오는 것은 150$, 3시간짜리는 250$다. 우리는 비행기 타기 하루 전날 산호세에 갔다. 공항 근처에 있다는 검사소를 찾아가니 공터에 천막 몇 개를 설치해 놨을 뿐이다. 그래도 돈이 위력을 발휘했다. 여직원이 나와서 안내를 해줘 무사히 검사를 받고 호텔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빠른 업무처리는 돈이 들어가면 된다. 두 시간 후 친절한 안내 문자도 왔다. 내 콧구멍을 훑은 샘플이 연구소로 옮겨졌다고 결과를 곧 보내겠단다. 놀랍게도 음성 결과지를 메일로 3시간 만에 받았다. 마리나에서 받은 무료 검사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돈을 쓰지 않았다면 애를 태우고 어쩌면 예약된 비행기를 타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애 태울 뻔한 값을 호텔비와 검사비로 상쇄했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배우는 것도 많았다. 딸과 헤어져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사히 비행기를 탔다. 말이 통하는 내 나라에 오니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일한 태도가 문제가 됐다. 3차까지 코로나백신 맞은 증명서 종이를 큰 가방에 넣어 부쳤기 때문에 입국수속을 받을 때 난감했다. 핸드폰도 일시정지 상태라 백신 맞은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급히 통신사에 전화해 정지를 풀고 폰을 껐다 켜서 인터넷에 접속해 통과가 됐다. “에휴”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요즘 같은 바이러스와의 전쟁 중에는 국경을 넘는 일이 만만하지 않다. 내 집이 제일 안전하고 행복하다. 그러나 마법의 양탄자가 자꾸 아른거리고 파도소리도 귀에 아련하게 일렁인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한국으로 갈 대한항공 비행기가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실내



샌프란시스코 공항 실내



혼자 커피를 마시며 귀국의 아쉬움을 달랜다.



 

코로나 PCR검사를 받은 산호세 공항 외부, 차 안에서 찍었음




작가의 이전글 퍼시픽 그로브 자연사박물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