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3일
버스창문 사이로 흘러드는 햇빛이 얼마나 많은 색을 품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 눈썹을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 날이 있다. 물에 완전히 잠겨버린 물컵을 보고 숨이 막힐 것 같아 물을 퍼내기 시작하는 날엔 어쩔 수 없다. 길가에 무릎 꿇고 구걸하는 거지새끼가 꿇은 무릎에 무릎을 대어 하늘님이든 하나님이든 그 새끼에게 간절하게 빌어보고 싶은 날이다. 구태여 떠나려는 자의 호기로운 마음이 반드시 살아 돌아오려는 비릿한 마음인 것과 마찬가지로 거지새끼와 내 무릎은 붙어있으면서 도무지 비익조이길 바라는 날이다. 신문지에 들러붙은 연민이라는 함성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어김없이 토해 내지만 그날따라 연민은 침묵으로 대화를 걸어온다. 건방지게 닥치고 있는 그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바람. 할머니 탱글탱글한 손이 쭈글쭈글 해 보이는 그런 날이다. 그러니까, 이 세상이 할머니를 웃게 하는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