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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고양이상점 Feb 15. 2016

그런 날이다.

2016년 2월 13일

 버스창문 사이로 흘러드는 햇빛이 얼마나 많은 색을 품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 눈썹을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 날이 있다. 물에 완전히 잠겨버린 물컵을 보고 숨이 막힐 것 같아 물을 퍼내기 시작하는 날엔 어쩔 수 없다. 길가에 무릎 꿇고 구걸하는 거지새끼가 꿇은 무릎에 무릎을 대어 하늘님이든 하나님이든 그 새끼에게 간절하게 빌어보고 싶은 날이다. 구태여 떠나려는 자의 호기로운 마음이 반드시 살아 돌아오려는 비릿한 마음인 것과 마찬가지로 거지새끼와 내 무릎은 붙어있으면서 도무지 비익조이길 바라는 날이다. 신문지에 들러붙은 연민이라는 함성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어김없이 토해 내지만 그날따라 연민은 침묵으로 대화를 걸어온다. 건방지게 닥치고 있는 그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바람. 할머니 탱글탱글한 손이 쭈글쭈글 해 보이는 그런 날이다. 그러니까, 이 세상이 할머니를 웃게 하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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