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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수 Feb 15. 2016

어느 소방관의 기록, 그들을 응원한다

[서평] 2015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작 <어느 소방관의 기도>

매년 순직하는 소방관 평균 7명

소방공무원 평균 수명 58세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렵지 않게 창문 너머로 사이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때로는 소방차, 혹은 구급차가 바쁘게 도로 위를 달리면서 울리는 사이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사경을 헤매고, 누군가는 그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소방관, 듣기에 멋지고 거룩한 직업. 막연히 상상하기에 그들은 용감하고 헌신적인 사람들로 비춰진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인 적이 몇 번이나 있던가.


언제나 일어나는 사고, 현장을 지키는 소방관들


<어느 소방관의 기도>는 각지에서 활동하는 소방관들이 쓴 글을 묶은 책이다. 사람들이 즐겁게 헤엄치는 바닷가에서 일하는 해양구조대, 구급차에서 꺼져가는 생명을 다시 살리려는 구급대원, 건물을 집어삼키는 불길과 싸우는 소방대원까지. 개인의 뜨거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살려내지 못한 생명 앞에서 '1분, 1초만 더 빨리 도착했더라면' 하고 탄식할 때도 있다. 어린 아이가 숨을 못 쉰다는 신고를 받고 달려갔다가 '다행히 다시 숨을 쉰다'는 말에 안도하며 돌아오기도 한다. 매 순간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 <어느 소방관의 기도>는 각 소방대원도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이고 고뇌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선배들에게 물었다. 왜 이런 날에도 사고가 나야 하냐고. 선배들은 말했다. 사고는 언제나, 항상, 시시때때로 나는 거라고. 술 한 사발을 더 들이켰다. 술맛은 선배들의 쓴웃음을 닮아 있었다." -본문 41쪽 중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가슴이 무너지면서도, 하루에도 여러번 접하는 사고 앞에서 감정을 추스려야 하는 사람들. 본문은 그런 소방대원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집주인인 한 노부인은 아직 집 안에서 아들이 나오지 못했다고 발을 구르며 울었고, 그 말을 들은 소방관 9명은 화염에 맞서 곧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강렬한 화세 속에 대원들이 조를 나누어 아들의 행방을 찾기 시작하던 순간, 2층짜리 연립 주택은 굉음을 내지르며 무너져 내렸다. (중략) 입구 가까이에 있던 3명은 가까스로 구조되었지만, 2층 깊숙이 진입했던 구조대원과 화재 진압대원 6명은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 본문 53쪽 중에서


어느 소방관의 기록


죄책감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하루, 매 순간이 절박한 그들의 이야기는 읽을수록 가슴이 저미는 것 같다. 미처 구하지 못한 사람을 두고 마음이 무거울 때도 "절망은 아직 나의 몫이 아니다"라며 다시 털고 일어선다는 소방관. 어릴적 꿈이 소방관이라는 사람의 글은 찡하기도 하다. 한국에서 소방관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사실이 겹치면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소방관으로 일하는 이유. 본문에서는 '일하면서 겪은 첫 소생의 기억'이 등장한다. 


"멈췄던 심장이 처음으로 내 앞에서 다시 뛰고 있었다. 최후의 호흡이 꺼져가던 한 노인을, 죽음의 문턱에서 그의 가족과 이웃 그리고 그의 일상이 있는 이 세상으로 다시금 데려다 놓을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눈이 화끈거린다. 흔들리는 시야가 당황스럽다. 마스크 아래 이를 꽉 깨물어본다. 누가 볼까 서둘러 화장실로 가며 손을 펼쳐 관자놀이를 눌러야 했다. 나는 세면대에 고개를 처박고서 눈물을 틀었다. 모든 긴장이 쏟아져 내린 자리에 따뜻한 무언가가 가득히 차올랐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살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본문 71~72쪽 중에서


끝나가는 누군가의 생명을 다시 살려내려는 사람들. '천하무적 영웅'이 아니라 오늘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솔직한 글을 읽다 보면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오늘 하루, 소방대원과 그들이 손을 뻗는 사람들이 무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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