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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고양이상점 Apr 27. 2024

명상의 과격함

머릿속  전체를 날려버림

4월 23일 명상


 명상을 하면 과거를 지워서 현재에 의식을 온전히 갖다 놓게 된다. 지우는 게 또 있는데 바로 몸이다. 몸을 어떻게 지우냐고? 눈감고 내 몸이라고 하는 걸 떠올려서 지우면 된다. 구체적인 거는 생략을 하고..   


 아무튼 4월 23일 아침부터 명상을 하려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몸을 계속 지우고 있었다.

 

 눈을 감고 '내 몸'이라는 거를 계속 지우다 보니 이질감이 들었다. 몸이라는 단어만 있지 몸이라는 실체는 없다는 자각이 일었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른 '몸 그림'에 '몸'이라는 단어가 붙은 게 아닐까. 나아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단어는 그 단어가 가리키는 실체들을 그냥 이거나 저거로 다 표현될 수 있는 것뿐이고 단어와 단어가 가리키는 대상이 상관이 없다는 데까지 마음이 확장되었다. 마지막으로 '나'라는 실체도 그냥 단어일 뿐이라는 마음이 일어나자 말로 다할 수 없는 감동과 일체감을 느끼면서 전율의 눈물이 터졌다. 찰나였지만 아마 그 경험은 불교의 '언어도단(言語道斷)' - 진리를 표현하려 할 때, 한없이 깊고 광대하고 형체도 없이 텅 비어 있으니, 어떤 말과 글로도 설명할 길이 없다는 의미- 을 체험한 게 아닌가 싶다.


 마음이란 묘해서 한번 열리거나 변해버린 마음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날 명상 이후 의식이 또 조금 변한 게 느껴진다. 대개 사람들에게 '나'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 어떤 시점의 자기 이미지를 떠올릴 거다. 나는 '나'를 떠올리지 못하거나 흐릿하게만 떠오르다가 다시 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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