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무 Sep 23. 2022

가시복어

 파란 바닷물에 햇살이 일렁거리며 내려앉는 어느 깊지 않은 바다 알록달록 물고기들과 항상 투덜거리는 가시복어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가시복어는 어려서부터 아주 영민했죠. 그래서 주변 물고기들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상담을 하곤 하였답니다. 그럴 때마다 다른 물고기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지적해주곤 하여 인기가 점점 더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시복어에게는 항상 투덜거리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바닷속 동네이 가시복어의 명성이 높아져 갔고 가시복어도 자신이 꽤나 영민하고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신감이 점점 커져가던 가시복어에게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는데, 좀 짜증이 나게 만드는 이웃 물고기가 나타나면 몸에 접혀 있던 가시들이 뾰족하게 서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낯선 변화에 가시를 세울  때마다 주위 물고기들은 날카로운 가시에 찔릴까 봐 황급히 피해야 했습니다. 


 점차 가시복어가 자라면서 다른 물고기들이 사는 모습에서 많은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또 다른 물고기들에게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말하다 보니 이런 점을 간파한 자신의 영민함이 대단하다고 느껴져 흥분하곤 하였는데 그럴 때마다 목소리가 커지고 뭉툭한 새부리 같은 앞이빨이 두드러지며 가시들이 세워지곤 하였고, 그 말을 듣던 물고기들은 또 놀라 피해야 했습니다.


 가시복어의 말을 듣던 물고기들은 다른 물고기의 단점에 대해 비난하며 말하고 있는 가시복어 자신도 그대로 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물고기들은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왜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하는 거지?"


 그러던 어느 날 노랑나비고기가 가시복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너는  다른 물고기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곤 하는데 너도 그러지 않니?"  그러자 가시복어는 몸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온 몸의 가시들을 다 세우고 말하였습니다.  그의 말은 자신의 행동은 다른 물고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하며 자신의 행동의  모든 원인 제공은 이 바닷속 생태계 문제라고 목청을 올리며 화가 난 듯 '뿜 뿜'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런 가시복어의 반응에 더 이상 물고기들은 가시복어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가시복어를 찾는 물고기들도 뜸해지고 가시복어는 자주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외롭게 느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표범이 물고기를 사냥하러 이 바닷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다급해진 물고기들은 서로 신호를 보내주며 산호 사이나 바위틈으로 숨기 시작하였습니다. 홀로 있던 가시복어는 영문도 모른 채 여기저기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가시복어를 발견한 바다표범이 쏜살같이 다가와 한 입에 물려고 하는 순간 나이 많은  바다거북이 딱딱한 등으로 바다표범의 공격을 막아 주었고 주둥이를 부딪친 바다표범은 너무나도 아파 물 위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죽을  뻔하였던 가시복어는 너무나 고마워 바다거북에게 감사하다고  여러 번 말하였습니다.  일이 있은 후 바닷속은 달리 보였고 그렇게 형편없어 보였던 주변 물고기들도 감상할 점이 많고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질이 나려 해도 가시를 세우지 않고 다른 물고기들과 몸을 부딪쳐 가며 즐거이 헤엄치길 배우게 되었습니다.


  파란 바닷물 속 햇살이 아롱거리는 어느 바닷가엔 알록달록 물고기와 가시복어가 어울리며 헤엄쳐 다니며 살고 있었답니다.


 잠언 29:23 사람이 교만하면 낮아지게 되나 겸허한 영을 지닌 이는 존귀를 얻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미루면 숙제가 늘고 제 때에 행하면 시간이 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