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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Jul 06. 2024

뒷좌석 북해도 여행 II-둘째 날

 둘째 날 아침 일찍 렌터카를 빌리러 이동하였다. 유학시절 학생시절  일본어를 선택하였고 일본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던 큰아이가 비교적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편이어서 수속을 밟는데 불편은 없었다. 일본에서 처음 운전하는 사위는 처음에는 긴장했으나 옆에서 딸아이가 거의 실시간으로 모바일 내비게이션으로 보충해 주면서 길 안내를 하니 점차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6인승 좌석 배열에 나는 맨 뒷좌석에 앉았다. 사진 장비등으로 여분의 옆좌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는데 본격적인 뒷좌석 북해도 여행이 시작된 셈이었다.


  빌린 차종은 도요타의 시에나였는데 카니발이나 스타렉스와 유사한 차량으로 5명이 여행하기 적절할 것으로 생각해서 딸네가  예약하였다, 첫날 일본에 와서 느낀 인상대로 박스형태의 직육면체에 가까운 형태였다. 우리나라 차량은 연료소모의 효율성을 고려한 공기역학적 요소와 그리고 날렵한 외관을 고려하여  부공간을 어느 정도 희생하는 편인데, 이 차량은 정해진 밑면적에 허용되는 모든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듯 직육면체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덕분에 내부 공간에 답답함은 없었다.


 90년대 초반 결혼 초기였던 우리 부부가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 갔던 것이 떠 올랐다. 차량을 빌려 내가 운전하고 내비게이션이 상용화되기 전이라 아내가 내 옆에 앉아 지도를 보면서 가려고 하는 곳으로 안내를 했었는데, 여행에 다녀와 부부간의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으셨던 부친께서는 사뭇 인상적이셨든지 두고두고 우리 부부의 그때 그 모습을 좋게 언급하시곤 하셨는데, 이제 내가 뒷자리에서 딸아이 부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전에 첫 방문지는 팜 토미타(ファーム富田)에 있는 라벤더 밭이었다. 차로 가는 동안 우측 멀리 산들이 잇달아 보였는데 그중 한 봉우리의 정상 부근에 유난히 흰 구름이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내가 자세히 보더니 산에서 연기가 옹기점 연기처럼 올라온다고 하였다. 갤럭시 23의 망원촬영을 해서 보았더니 화산 같아 보였다. 설마 활화산? 이후 알아보니 정말 아사히다케(旭岳あさひだけ)라는 화산이었다. 오후 들린 비에이(美瑛)에서 좀 더 잘 보였는데 살아서 연기를 뿜어 내고 있는 활화산을 본 것은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토미타는 6월 말에서 8월 초까지 피는 보라색 라벤더 밭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관광객들이 이 시기 특히 많이 모이는데 우리가 방문한 시기가 마침 개화 시기를 맞이하여 화사한 보라라벤더 밭과 꽃향기로 맞아 주었다. 배경이 아름다울 것을 예상하여 무거운 삼각대를 지니고 다녔는데 드디어 빛을 발할 순간이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오가는 인파와 여기저기 사진 찍는 사람들로 인해 우린 눈치를 살피며 황급히 몇 장의 가족사진 밖에 찍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것이 어딘가? 항상 가족사진에  빠지기만 했던 내가 이번엔 몇 장 들어갔다는 사실이 위안을 해주었다.


팜 토미타의 라벤더 밭
라벤더 밭 사이로 원색의 꽃들과 하이얀 자작나무가 아름다운 풍경을 더 자아내고 있다.

점심식사는 인근 유명 소바집을 찾았다. 테이블이 대여섯 개 정도밖에 없었는데 우리 앞뒤로 대기손님들이 끊이지 않아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집임을 알 수 있었다. 외국 관광객들은 많지 않았고 단체 관광객은 올 염두를 낼 수 없는 것이 좌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많이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나온 음식은 역시 한 그릇의 음식과 장국하나 혹은 면 한 접시와 어우러진 접시 하나로 끝이었다.

둘째 날 들린 팜 토미타 인근 유명 소바집. 손님이 끊이지 않는 맛집인데 나온 음식은 외관상 매우 단출하다.

 한 상 휘어지게 차리는 우리나라 음식과 참으로 달랐다. 그래도 여주인은 매우 자부심을 가진 단정한 모습으로 흔들림 없이 끊이지 않고 들어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며 서빙을 하였다. 어제 들린 사와사키 수산의 여주인과 모습은 달랐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비슷했는데 자신의 음식에 자신감 있는 약간 고고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점심 식사 후 커피 한잔을 하러 들린 곳은 직접 로스팅해서 커피를 파는 에하나 커피 전문점이었다. 은퇴하신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연령층이신 것 같은 부부가 하는 카페였는데 지역 주민들이 잇달아 커피를 마시러도 오지만 로스팅된 커피를 사러 오시는 분들이 많았다.


에하나 카페 창가의 모빌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우린 오후 방문지인 비에이(美瑛에 있는 흰 수염 폭포와 청의 호수로 향하였다. 흰 수염 폭포(白ひげの滝)는 폭포의 여러 물줄기가 떨어지면서 하얗게 거품을 일으켜 흰 수염과 같아 보인다 해서  붙여졌는데, 다이세츠 산 국립공원(大雪山国立公園)에서 유입되는 물과 지하수가  암반층 사이에서  흘러나와 생긴 폭포라고 한다. 폭포에 대한 안내 문구에는 아래 암반층은 고대 용암의 부식 산물인 자갈과 모래층이고 윗 층은 용암이 흘러 굳은 암석 층이라고 하는데 이 사이로 물이 흐른 것이 폭포수로 흘러내린 다는 것이다.


폭포수가 지표면에서 흘러 내리늣 것이 아니라 두  암반 층 사이에서  흘러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폭포의 흘러내린 물은 아름다운 연옥색에서  푸른색을 띠는데 이는  물속에 녹아있는 수산화 알루미늄 성분 때문이라고 하며  이 미네랄들이 빛에 의해 산란되어 물이 청록색을 띠는데 근처의 '청의 호수'(青い池)도 비슷한 색을 띤다. 흰 수염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비에이강으로 흘러들러 다른 여러 하천과 합류하고, 결국에는 이시카리강(石狩川))으로 유입되어 서쪽으로 흐르다가 이시카리 만으로 흘러들어 간다.


 흰 수염 폭포 인근 다리에서 폭포를 내려다볼 수 있었는데 그 물빛이 투명하고 맑으며 연한 옥빛을 띠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캐나다 재스퍼에서 본 강들을 떠오르게 했는데 그 물빛과는 또 다른 이색적인 폭포수의 모습에 한동안 발길을 돌리지 못하였다.  이 물에 씻으면 우리 안의 모든 더러움이 씻겨질까?


 우리의 마음은 그리스도의 피가 뿌려져 악한 양심에서 떠났고, 우리의 몸은 맑은 물로 씻어졌으니, 진실한 마음으로 확신에 찬 믿음을 가지고 지성소로 나아갑시다. 히브리서 10:22


아사히다케(旭岳あさひだけ) 화산 정상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흰 수염 폭포(白ひげの滝)의 모습 물빛이 투명하고 맑디 맑으며 연한 옥색으로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폭포 인근 다리에서 바라본 폭포의 모습

아쉬움을 남기고 인근 청의 호수(青い池)로 향하였는데 주차대기 차량들의 긴 줄로 우리 마음을 다소 애타게 하다가 드디어 호수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호수와 그 가운데 죽은 자작나무의 오묘한 조화로움이 폭포와는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호숫가에서 사진을 찍고 신비로운 호수를 감상하며 떠날 줄을 몰랐다. 

청의 호수'(青い池,)의 모습. 오묘한 물빛과 죽었지만 그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나무의 여왕 자작나무들이 어우러져 신비스러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아사히다케(旭岳あさひだけ)로 팜 토미타 가는 길에 처음 보았던 그 산이 이곳에서 더 잘 보였다.

 호수 끝에 와보니 물이 유출되어 좀 큰 개울이 되어 흘러 내려가고 그 옆으로 길이 나 있는 것이 보였다. 그쪽으로는 사람들이 별로 가지 않았는데 나는 그 개울이 흘러가는 모습을 좀 더 보고 싶어 그 길을 따라 내려가 보았다. 아내와 막내는 가지 말라고 하며 따라오지 않았는데 내가 계속 걸어가다 보니 큰아이가 먼저 따라왔다. 사위는 모기가 집중적으로 무는 바람에 먼저 주차장으로 피신한 터였다. 한동안 내려가니 다리가 보였고 다리 한가운데 서서 보니 그 풍경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나타내 보였다. 하여 아내와 막내에게 와 보라 했더니 마지못해 온 막내는 너무 좋아하며 사진을 연상 찍고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청의 호수에서 흘러내려온 큰 개울이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고 저 멀리 화산의 모습도 보인다.


물에 잠긴 자작나무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좌우에는 보리밭과 풀밭의 들판이 시원하게 보였고 우린 알찬 일정을 뒤로하고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비에이에서 돌아오는 길 가에 펼처진 들판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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