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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Jul 06. 2024

뒷좌석 북해도 여행 I-첫째 날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부르는 오타루

 여름에는  호주에 사는  부부네에 주로 우리 부부고,  계절이 반대인 그 기간 호주는 여름을 타는 내게 피난처가 되어주곤 했는데, 올 해는 딸네 부부가 귀국하는 바람에 한국에서 지내게 되었다.


 귀국한 딸네 일 년 만에 재회하여, 가족 여행을 고려하던 중 여름에 힘들어하는 나를 고려해 아내의 추천과 아이들의 동의로 북해도로 가자고 내게 제안하였다. 6월 말에도 섭씨 17~25도 정도의 비교적 선선한 날씨가  자주 가던 제주도 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말이 를 설득시켰다. 


 하지만 일본은 도쿄학회 참석 관계로 공항에서 학회장 으로 다시 공항으로의 일정으로  한번 다녀왔었고, 학회장 주변으로 점심 식사하러 갔다가 합석하라는  바쁘디 바쁜 주인장의  다소 단호한 태도에 엉겁결에 타인과 앉아 식사했던 기억, 그리고 '카페가 한국에 비해 별로 없구나' 했던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여 나는 일본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말도 안 통하고 운전도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가니, 나는 아무것도 여정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아이들에게 잘라 말하였다. 일본 여행을 몇 차례 다녀온 막내와 일본과 유사한 교통체계에 사는 큰 딸내외가 '우리가 다 할 테니 걱정 마세요'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니 일본 여행은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동안 가족여행의 주도권은 내게 있었는데 이 여행으로 뒷좌석으로 물러나게 된 셈이었다.


 첫날을 알뜰하게 쓰려고 오전 8시 20분  진에어 항공편으로 출발하여 도착한 치토세 공항에서 바라본 일본에 대한 인상은 글자만 다를 뿐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박스형 직육면체 차량이 유난히 많다는 것을 빼곤.


 공항에서 삿포로 역까지 쾌속 전철을 타고 갔는데  말이 쾌속이지 웬만한 역은 다 서는 것 같았다.  오타루 운하를 당일 보러 간다고 해서 숙소에 짐을 풀기도 전에 큰 짐을  삿포로역에 맡겨 놓고 오타루역으로 다시 전철을 타고 갔다.


 그런데  전철이 보통 전철이 아니었다. 가다 보니 바닷가를 끼고 달리는 구간이 나오는데 상당 구간을 바로 바닷가 옆을 따라 달리는 것이 아닌가! 넓은 창 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편하게 앉아서 보면서 가는 것이 일품이었다.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길이로 좌석이 길게 놓여 있었고 우연히 앉은 좌석이 바다를 볼 수 있는 쪽이었던지라 우린 일부 구간  내내 황홀경에 빠졌다. 혹시 이 열차를 타실 일이 있으시면 갈 때는 진행방향으로 왼쪽에, 올 때는 반대로 앉으시라.

오타루에 도착했을 때 점심 식사 시간을 훌쩍 넘긴 터라 아이들이 알아본 사와사키수산 집에 시장을 반찬 삼아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대부분 메뉴가 밥 한 그릇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집인데, 여행 내내 우리가 간 집들이 대게 한 그릇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식당들이 많았다. 설겆이 편하실 듯한데...

 점심식사하러 들린 사와사키수산 주방장을 대하며 둘러싼 형태의 손님 좌석이 10자리 정도인 작은 음식점이었는데, 마침 우리 가족이 앉을자리가 있어 둘로 나뉘어 앉게 되었다. 우리가 앉은 이후에도 사람들이 기웃 거리며 빈자리가 있는지 수시로 보고 지나갔고, 일부는 밖에서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인기 있는 집이었다. 매일 식재료를 받아 신선한 음식을 제공한다 하는데 음식의 맛의 제1 조건은 양질의 재료임을 다시금 입증하는 셈이었다.


  서빙하는 분은 중년의 여성 한 분이었는데 얼굴이 발갛게 될 정도로 분주하게 음식도 제공하고 손님도 맞이하고 주문도 받고 설거지도 하고 일인 다역을 소화해 내고 있었는데. 속절없이 들어오는 손님을 친절함을 유지하면서도 단호한 제지로 기다리게 하고 순식간에 빈자리를 정리 후 손님을 맞이하였다. 조금도 쉬지 못하고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람들은 언제나 아름답지 않은가?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도 “누구든지 일하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마십시오.”라고 명령하였습니다.  데살로니가후서 3:10


 서빙하시는 주인장의 날렵한 손놀림과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점심으로 우리 부부는 게살덮밥과 연어회덮밥을 시켜 반씩 나눠 먹으며 두 가지 덮밥을 먹어 보았다, 게살을 정성껏 발라 놓은 것과 연어 회, 그리고 쌀밥과 게 집게발 마지막 마디하나 들어간 깊은 맛의 장국이 맛있게 어우러져 허기진 배를 순식간에 달래주어 챗 gpt한테 배운 일본어로 '오이시 데스'하고 인사하며 나오니 6월 말의 북해도 이른 오후의 햇빛은 우리나라만큼이나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오타루 운하는 1923년에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한 때 번성하였던 항구 도시 오타루 발전의 상징이었고 지금은 운하를 따라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창고와 벽돌 건물들에 유리 공예점들, 카페, 음식점, 오르골 상점과 창작 소품 판매점들이 어우러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엿보며 걷는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운하는 한번 흘깃 보고 인사만 한 후 이어지는 일정과 따가운 햇빛으로 후식과 커피를  하러 서둘러 움직였는데 옛 거리와 오르골 건물을 향하여 가던 중에 기타이치홀 (北一ホール)이라는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점 겸 카페에 들어가려 했다. 들어가려니 직원이 황급히 우릴 막아서며 줄을 서라 하는데, 문 밖으로 나와보니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줄이 길게 있는 것이 아닌가! 어업목조창고였던 건물이 쇠태 하면서 1901년 가스램프유리제작 시설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카페, 디저트를 파는데 가스등의 아름다움과 피아노 연주 실연을 하기도 해서 분위기가 좋아 인기가 있는 곳이라 하는데 아무리 좋아도 긴 줄을 보니 그렇게 까진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우린 차선책으로  르타오(LeTAO) 케이크점으로 갔다. 북해도는 낙농업이 유명하고 양질의 우유와 그 파생 상품들을 자랑스러워한다는데, 호주에서는 이곳 케이크를 수입해서 고가로 팔리기도 한다는 치즈케이크가 맛이 뛰어난 곳이라 아이들이 그곳으로 안내하였다.


  숙소에 들어갈 시간을 고려해 담소를 즐기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가다 보니 증기 기적소리가 들려 놀랐는데 오르골 상점 옆, 세계에서 몇 없는 증기시계였다. 캐나다 밴쿠버의 개스타운의 증기시계를 세계테마기행 같은 해외여행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증기시계를 보다니! 밴쿠버의 증기시계는 1977년에 레이몬드 사운더라는 시계 제작 장인이 만들었다고 하고, 오타루 증기시계도 그가 1994년 만들었다 하니 두 시계 모두 19세기 발명품인 증기기계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전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제작 연도로 보면 현대적인 시계인 셈이다.

오르골 상품을 수만 점 갖고 있는 유명 오르골 당 앞 증기시계가 보인다.

 우리는 다시 삿포로 역으로 가 짐을 찾고 전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곳까지 갔는데 우리가 못 찾아서 그런지 에스컬레이터나 리베이터가 없는 계단이 여러 군데여서  짐을 들고 오르내려야 했다. 대중교통 시설은 우리보다 10여 년은 뒤떨어진 느낌이었으나 겨우 하루 지내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리라.


오타루 운하의 모습


뒤로 운하가 나있고 관광정보센터가 위치한 곳이다.


오타루 운하 인근 여러 상품들이 늘어서 있고 특히 스누피, 헬로키티 같은 애니메이션 주제의 상품점들도 많았다.
숙소에 돌아오니 베란다 밖으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저녁식사는 숙소  인근 소바 전문식당(そば処福住札幌中央店)에서 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버섯튀김이 얹혀 나온 소바와 덮밥이 독특하였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빌린 아파트는 깔끔하였고 방 둘에 거실 하나에 화장실 하나였는데 서로 아침 일어나는 시간대가 다소 달라 묵는 내내 큰 불편은 없었다.


면이 툭툭 끊어지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달랐다. 개인적으로 내게는 우리나라 면이 더 좋았다. 쌀밥은 일본식당이 일반적으로 내게 맞았다. 덴푸라소바와 잎새버섯 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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