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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Jul 21. 2021

솔로몬의 옷

꽃보다 영화롭지 못하였네

 솔로몬은 구약에 나오는 지혜로운 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창녀가 한 아기를 두고 서로 자기 아기라 다툴 때, 칼로 반씩 나누어 주라고 판결하자 애가 탄 친모는  아기를 양보하였으 거짓 주장을 했던 여인은 그리하자고 말하여 친모를 분별해 낸 판결은 두려우리 만큼 지혜로운 것이었다.


 한 번은 하나님께서  솔로몬이 왕위에 오를 때에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셨다. 그때 그는 자기의 권력의 안위이나 재물을 구하지 않았고 백성을 다스릴 지혜를 구하였다. 열왕기상 3장의 기록에 따르면 무엇을 얻기 원하는지  꿈속에서 하나님께서 물으실 때, 그는  "슬기로운 마음을 주시어, 주님의 백성을 재판하고 선과 악을 분별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대답하였다. 솔로몬은 그런 사람이었다.


 이차 이득 관하여 이전에 글에서 언급한 것에 따르면 솔로몬은 일차 이득에 관한 것만 관심한 셈이다. 하나님의 안배에 따라 그는 다윗에 이어 이스라엘을 통치할 왕위에 올랐다. 하나님은 그분을 대표해서 백성들을 잘 다스리도록 솔로몬에게 왕의 직분과 권위를 주신 것이다. 선생님이 되었다면 학생들이 합당한 인격체로서 잘 자라날 수 있도록 가르치며, 본이 될 수 있기를 구한 것인 셈이며, 의사라면 자기에게 맡겨진 환자의 고통을 돌아보고 그 문제를 해결해줄 길을 잘 찾아낼 수 있는 참된 명의가 되도록 구한 것과 같은 것이며, 농부라면 자신의 논 밭에 작물이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키워 풍성한 소출을 얻을 수 있는 지혜롭고 근면한 농부가 되게 해달라고 구한 셈이다.


 일차 이득만을 관심한 그의 순수한 마음이 그로 왕이 되도록 하신 하나님의 마음에 맞았으므로 그에게 지혜뿐 아니라 구하지 않은 부와 영화와 장수의 축복을 셨다. 그는 당대의 모든 사람들보다 지혜로웠고 부귀와 영화를 누린 왕이 되었다. 멀리 남방의 스바 여왕은 그의 지혜로움을 친히 듣고 보기 위해 향료와 금과 보석의 많은 예물을 싣고 예루살렘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누가복음 12장에서는 예수님께서는 '솔로몬이 입은 옷이 백합화가 입은 것 만하지 못했다' 말하고 계신다.


 사람의 영화로움은 그가 입은 옷에서 풍겨 나지 않겠는가? 당대 최고의 영화로움을 누린 솔로몬이 입은 옷이 백합화가 입은 것만 못하였다니, 좀 과장되어 말씀하신 것 아닌가?


 그런데 자연 속을 걸으며 길가에 핀 꽃들을 감상하다 보면 이 말씀이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아래 꽃양귀비를 보자. 곱고 은은한 한복을 둘러 입었다. 어떤 한복 디자이너가 이런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까?

다음은 지난번 '작품인가 작가인가 후기'에 올렸던 사진이다. 호주 북부지역에 자생하는 어리연꽃이라고 한다. 만져보니 너무 부드러워 있는 듯 없는 듯한데 도대체 누굴 위해 이렇게 예쁘게 피어난 것일까? 누군가 종이 작품 전시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 같기도 하다.



노각나무는 한여름에 순결한 하얀 꽃잎을 레이스 처리하여 살짝 주름을 잡아 피어냈다. 꽃술은 다정다감하게 옹기종기 학교 운동장에 모인 어린아이들 같기도 하다.

이 꽃들 하나하나 뜯어보니 과연 일류 패션 디자이너가 만든 옷이 이에 견줄 수 있을까 싶기만 하다. 이번 주말에는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참인데, 언택트로 멀리 인적이 드문 숲에서 벌어지는 패션 위크를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그 어떤 왕들도 입지 못한 멋진 드레스로 한껏 자태를 뽐내는 꽃들의 향연을 누리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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