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의 기능을 돕는 약제
내가 중학교때 일이니깐 벌써 30년도 넘은 이야기다.
그날은 날 약주를 잔뜩하시고 안방에서 끙끙거리며 누워 계셨다.
아버지가 몹시 힘들어하시는 목소리로...
"선영아~ 선영이 방에 있니?"
"내 아빠~! 왜요?"
내방에 컴퓨터를 들여놓은지 얼마 안돼어 아침부터486 컴퓨터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너 새마을 슈퍼에 가서 간장약 좀 사와라"
그 때 당시에는 슈퍼에서 왠만한 기성품 약은 팔았던 시절이다.
우리집은 파주 시골에 있어서 슈퍼를 갈려면 자전거를 타고도 왕복 30분은 족히 갔다와야 한다.
한참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던차에 아버지의 심부름은 너무 귀찮았다.
"네... 근데 지금 가야 해요?"
"어~ 이 놈아 아빠 속 아파 죽겠다..."
지금이야 나도 술을 먹으니 지금 아버지의 몸 상태가 어떤지 알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겠으나
당시에는 아니 왜 술은 먹고 들어오셔서 저러고 계신지 이해가 안갔다..
하여튼 뭐 아버지가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은 목소리로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이 자전거에 몸을 싣고 달리기 시작했다.
빨리 갔다와서 게임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전속력으로 달려 수퍼에 갔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어 그래~ 뭐 줄까?"
지금은 안그렇지만 예전 슈퍼들은 안쪽에 쪽방이 있어서 수퍼 주인 분들이 가끔 들어가셔서 식사를 하시거나
TV를 보시는 곳이다. 그 안에서 주인 아저씨의 음성이 들렸다...
"네 아저씨 간장약 주세요"
"뭐?"
"간장약이요"
"간장약? 관장약? 거기 두번째 칸에 보면 있으니깐 가져가"
"네 알겠습니다"
나는 주인아저씨가 말씀하신 곳으로 가서 보면서도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말씀 하신 것이 보여 계산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께 사온 약을 드리고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서 하던 게임에 다시 빠져들었다.
게임을 다시 한지 30분쯤 지났을까...(솔직히 오래되서 잘은 기억이 안난다) 다급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선영아....너 무슨 약을 사온거야?"
라는 말을 남기고 아버지는 화장실로 바로 달려가셨다...
나는 아버지가 사오라는 약을 사왔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아버지 방에 들어 갔을때
이브자리 옆에는 괴상하게 생긴 용기가 보였다.
위는 긴 빨대 모양이었고 밑에는 풍선 같은 모양이었다.
그건...간장약이 아니라 관장약이었던 것이다...
아버지도 내가 당연히 간장약을 사왔을 것이라 생각하고 약통을 보지도 않고 꺼내서 바로 드셨던 것이다.
아버지도 약통을 들고 먹을때 잠시
"약통이 좀 특이하게 생겼네. 요새 간장약은 이렇게도 나오나 보네..."
라고 생각을 하시고 그냥 드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잠시 정신을 차리고 약이 들어있던 박스의 효능을 읽어보다가
관장약이라는 것을 알고 기겁을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약을 다 드시고 난 다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간장약이 아닌 관장약을 주투입구가 아닌 입으로 마시고 나를 원망할 겨를도 없이 화장실을 한동한 계속 왔다갔다 하셨다.. 속을 보호하고자 약을 찾았던 아버지는 나의 한끗차 실수로 인하여 두배로 힘든 하루를 보내셨다. 지나가시던 동네 아저씨가 아버지의 상황을 알고 나에게
"아버지가 술 먹는게 싫으면 말로 해야지.. 그렇게 행동으로 보여드리면 되겠냐~~ 하하"
지금도 우리 가족은 모이면 그 때 이야기를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