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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윤 Nov 30. 2018

육아 전과 육아 후의 나는 다르다

엄마의 공식 8

육아 전의 나 ≠ 육아 후의 나


육아는 인생의 혁명이었다. 엄마가 되기 전과, 되고 나서의 나는 뇌의 회로 자체가 변해버렸다.


# 셀카가 사라지는 앨범
핸드폰을 새로 바꾸면서 폰 앨범을 정리했다. 돌잔치 때 성장 동영상을 만들며 한바탕 정리했지만 또 몇 천장의 사진이 한 무더기 쌓여있었다. 아이를 물고 빨고, 사진 찍기 정신없는 아이바라기 엄마가 되어버려, 현재의 내 눈에만 담아두기 너무 아까워 찍고 또 찍는다. 
셀카와 음식 사진이 가득했던 내 폰 앨범에 내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물론 아줌마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나 자신을 별로 찍고 싶지 않아서기도 하지만 날 찍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난 딱히 추억을 잘 저장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엄마가 정리해준 어린 시절 앨범 이후로 사진이 없다. 폰을 바꿀 때마다 백업을 하지 않아 없어지고 만다. 그런데 아이 사진은 혹시라도 폰에서 지워질까 봐  조마조마하며 열심히 외장하드로 옮겨놓는 중이다.

# 만들어지는 모성애
 임신했을 때는 사실 아이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고도 귀엽긴 했지만 내 몸이 힘든 게 너무 커서 아이에 대한 애틋함이 덜했다.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아이를 두고 출근했을 때 친정엄마가 '네 자식 보고 싶지 않냐'라고 물었었다. 그때도 '딱히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한 매정한 엄마였다. 시부모님께 주말에 몇 번 아이를 맡겼었는데 그때도 보고 싶단 생각보다도 편히 쉴 수 있단 생각이 더 컸다. 그런데 거의 매일같이 붙어지내고 아이가 커가면서 이쁜 짓도 많이 하니 이젠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다. 
이케아가 성공한 이유 중에 하나는 고객이 직접 가구를 조립하면 자신이 만들었다는 생각에 애착이 더 가서라고 한다. 아이도 내 손으로 직접 키우는 시간이 길어지니 애착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역시 모성애는 선천적이기보다 후 전척이다.


# 부모를 이해하고 학부모를 이해하다
 난 어릴 때부터 자주 아프고, 잘 안 먹는 아이였다. 병원 신세도 많이 졌고, 죽을 고비도 넘겼다. 부모님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내가 잘 먹으면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겠다, 날 키우기 힘들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아이 일에 민감한 학부모, 사소한 생활습관 조차 학교에서 길러주라는 학부모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밥을 더 잘 먹게 되겠지 기대하는 것처럼 학교 담임에게 골고루 먹는 습관, 정리정돈 잘하는 습관을 길러달라고 부탁하는 마음이 말이다. 내 아이한테는 한없이 약해지는 게 부모 마음일 테니 학교에서라도 좋은 습관이 잡혔으면 하실 테지. 이렇게나 금이야, 옥이야 키운 자식이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고 오거나 선생님께 혼나고라도 오면 속상하실 테지, 하고 말이다.


 육아로 인해 변한 것을 꼽자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온전히 내게 쓰던 시간, 돈, 마음을 내 가족, 내 아이와 함께 쓰는 삶, 우선순위가 '나'가 아니라 '아이'가 되어 가는 삶. 외롭고 힘든 육아와 사투하는 삶, 하지만 그 삶이 아이가 들려주는 웃음소리를 듣고 있자면 나쁘지만은 않다. 이기적이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큰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놀랍다. 아마도 아이에게 중독되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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