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강세장에서의 급락은 물을 빨아들이는 스폰지인가?
지난주 미국장, 국장, 모두 큰 조정을 겪고 있다. 공통점이 많은 모습이다. 그 공통점들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AI생태계 내 주식들이 주도하는 시장(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2)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관련된 주식이 급등하는 시장(원자력, 조선, 방산)
3) 각 섹터마다 주도주로의 쏠림현상이 심한 시장(엔비디아, SK하이닉스 주도)이며 최근 이 종목들이 오버슈팅을 했다는 점
이렇게 강하게 오르는 시장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도,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 투자자도 모두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다. "더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와 같은 주식보유자의 강박관념과 "언제 살 수가 있나, 이번 기회를 완전히 놓치는 것인가"하는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 자의 강박관념이 매일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더 팽창하게 되는 것이다. 강세장에서 유동성 못지 않게 팽창하는 것이 바로 이 강박관념이다.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지는(불안이 아닌 불안정 상태라는 것이 포인트) 와중에 급락하는 장을 직면하게 되면 처음에는 모두 패닉에 빠질 듯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현재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시장에 대응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일단 지금의 강세장의 형태를 스스로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즉,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반등장처럼 급락 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강세장인지, 코로나 시기처럼 실물경제와 완전하게 괴리되어 오직 유동성에 의해서 상승하는 강세장인지, 이 둘다 아니라면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혁명 때처럼 명확한 시대적 테마를 가지고 상승하는 강세장인지를 판단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지금의 강세장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어야만 갑자기 맞이한 급락에 대해서도 정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강세장은 2023년초부터 시작된 AI 혁명 강세장이다. 2023년은 미래를 꿈꾸기 시작하는 강세장이었고, 2024년은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것을 보며 열광하는 강세장이고, 2025년은 꿈꾸는 것 이상으로 세상이 변하는 것을 보며 충격에 휩싸이는 강세장이다. 2026년은 아마도 충격에 빠진 투자자들에게 더 큰 미래를 보여주며 우리가 더 큰 꿈을 꾸도록 만들어주는 강세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터넷 버블 때와 같은 비이성적인 폭등장이 올 수도 있다. 혹은 중간 중간 합리적(?) 급락을 맞으며 강세장이 더 길게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명확한 이유가 있는 강세장에서의 급락은 투자를 더 하고 싶었던 투자자들, 기회를 놓치고 전전긍긍하던 투자자들의 돈을 빨아들이는 스폰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급락은 겁이 나는 현상이다. 지수가 10% 정도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에 걸쳐 하락하면 누구나 패닉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사실 더 무서운 하락은 옆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하락이다. 이렇게 옆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하락이 급락을 맞이하여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나, 옆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하락은 대부분 경기침체나 금리인상기에 돌입했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시장은 경기침체의 리스크는 있으나 통제가능범위 내에 있고, 무엇보다도 금리인하기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시장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이 글 또한 나의 경험 속에서 내가 느낀 바에 따라 지금 내가 바라보는 의견일 뿐이다. 아, 그리고 급락이 좋은 점은 매일 시장 따라가기 바빴던 와중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시장전문가들의 말씀과 분석을 찾아서 차분하게 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