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립은 모든 소유와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자립, 한자로는 自立, 영어로는 Independence...
자립, 어릴 적부터 자주 듣던 단어이다. '자립심'이라는 단어가 더 친숙할 수도 있겠다.
부모가 된 후에는 자녀의 자립심을 키워줘야 한다는 말을 통해 더 자주 듣게 된 단어이다.
그런데, 그 "자립"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스스로 일어서서 꼿꼿하게 서있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과연 자립을 한 상태인가?
자립을 한 상태라면 언제부터 자립을 하게 되었는가?
아직 자립을 하지 못한 상태는 아닌가?
자립을 하지 못한 상태라면 특히 무엇이 내가 자립하지 못하도록 만드는가?
자녀들이 자립심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로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에게 묻고 싶다. "나 스스로 자립 상태가 아니라면 어떻게 자녀들이 자립심을 가지고 살아가게 도울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단 나부터 스스로가 자립을 한 것인지, 최소한 자립의 뜻은 알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자립은 무슨 뜻인가?
진정한 자립은 무엇인가?
자립의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가?
결론은 나는 일부 자립을 한 상태이지만 그 자립은 피상적 자립 상태인 것이고, 진정한 자립은 아직 하지 못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심지어 심각한 "의존 상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이루어냈다고 생각하는 자립은 세상의 규칙에 맞추어 살다 보니 갖춰야 하는 형식적 자립일 뿐 自(스스로 자)字가 의미하는 스스로가 이뤄낸 것이 아니므로 진정한 의미에서는 자립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오늘 생각을 거듭한 끝에 진정한 자립이라는 것은 "내 삶이라는 경계 안에 있는 것은 그 무엇이든 모두 내가 결정하여, 내가 의미를 부여하고, 내가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남에게 의지하거나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온전히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정한 자립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게 되니 자립의 궁극적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자립의 궁극적 가치를 찾아가다 보면 가장 먼저 눈앞에 보이는 것은 자유나 행복과 같은 개인적인 관점의 가치들이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그 정점에는 "사랑"이라는 관계적인 관점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온전히 스스로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주 곧고 올바르게 서서 주변의 사람, 동식물, 사물 등 모두와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은 인간 세상을 넘어서는 영역에 계시는 하느님과의 관계도 제대로 맺을 수 있게 된다. 절대자를 향해서도 의존적 태도가 아닌 "나"라는 사람을 "자립할 수 있는 소중하고 능력이 있는 존재"로 이 세상에 보내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게 되는 것이다.
나를 다시 돌아본다.
나는 심각한 의존상태에 있었던 존재라는 반성을 피할 수 없다.
자립은 소유와 관계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스스로의 삶을 감사하게 살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때 자립은 우리를 더욱 풍성한 소유와 관계의 영역으로 이끌어준다.
벗어남으로써 더욱 풍성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자립을 이뤄낸 사람은 인간이 저지르는 죄의 가장 큰 원인들 중 하나인 "두려움"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 나의 가족이 머무는 홍콩 아파트 베란다에서 며칠 전 늦은 밤 바라본 풍경을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깜깜한 밤, 하늘에 홀로 떠있는 달 아래 역시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배 한 척이 매우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