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틸리티의 본업 경쟁력 강화와 라이프스타일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결실
* 아래의 내용은 특정종목 추천이나 투자권유의 내용이 아니며, 저의 투자 관련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함입니다.
먼저 조금은 자극적인 차트 이미지로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2023년 4월~5월,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에 관련된 8개 종목에 포함된 한 기업의 주가가 폭등 후 급락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기업은 바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도시가스 부문에서 22년 연속 1위 기업으로 선정된 "삼천리"이다. 그리고 위의 차트는 당시 삼천리 주가의 폭등과 폭락을 담아내고 있다. 당시 기업 오너인 이만득과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 가족은 삼천리 주식을 단 한 주도 매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가 급등기에 투자자들에게 “주가 급등에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주식 투자에 유의하기 바란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즉, 당시 그 주가조작 사태는 삼천리의 대주주와 경영진 입장에서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사건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2004년 증권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신입사원 때부터 삼천리라는 기업에 관심이 많았었다. 관심과 애정이 많았던 기업인 만큼 2023년의 주가조작 사건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흘러 억울했던 주가조작의 불명예에서 벗어난 삼천리, 그리고 코스피 5000 시대의 개막과 코스피의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첫 해가 될 2026년에 어쩌면 스타주식이 될지도 모를 삼천리에 대해서 신입사원 때의 마음으로 기업분석을 해보았다. 기업의 특성상 해당 산업에서 쓰이는 전문용어와 기업 분석에 사용되는 간단한 전문용어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말씀드린다. 그럼 함께 삼천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온 삼천리그룹은 1955년 창립 이래 70년 가까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기업의 성장을 조화시켜 온 국내 최고의 에너지 전문 기업이다. 2026년은 삼천리에게 있어 단순한 창립 70주년이라는 기념비적 해를 넘어, 전통적인 도시가스 기업에서 종합 생활문화 그룹으로의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을 완성하고, 누적된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여 기업 가치를 재정립하는 역사적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 노력이 삼천리의 막대한 자산 가치 및 지배구조와 맞물리며 주가 리레이팅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 경영 실적의 심층 복기와 펀더멘탈 분석
삼천리의 2025년 경영 실적은 유틸리티 산업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되, 발전 사업의 수익성 회복과 비에너지 부문의 확장이 돋보인 한 해였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5조 2,7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 증가하며 견조한 외형을 유지했고, 영업이익은 1,596억 원을 기록하여 2024년의 1,143억 원 대비 39.66%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달성했다. 이러한 성장은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화와 더불어 내부적인 운영 효율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도시가스 부분의 시장 지배력과 수요 구조의 변화
삼천리는 경기도 13개 시와 인천광역시 5개 구를 공급 권역으로 확보하여 국내 도시가스 시장 점유율 17%를 차지하는 부동의 1위 사업자이다. 2025년 3분기 누적 판매량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총판매량은 3,037백만 m³로 전년 동기 2,972백만 m³대비 65백만 m³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의 핵심 동인은 기온 하락에 따른 가정용 난방 수요의 증가와 신규 연료전지 공급 확대에 있다.
용도별 판매량의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유의미한 트렌드가 발견된다.
가정용 판매량 증가는 경기와 인천 지역의 평균 기온 하락이라는 외부 변수에 기인한 측면이 크지만, 주목해야 할 대목은 연료전지용 가스 판매의 급격한 팽창이다. 이는 삼천리가 단순한 난방용 에너지 공급을 넘어, 분산형 전원 및 수소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2026년에도 정부의 청정에너지 의무사용 지역 확대 정책에 따라 산업용 및 연료전지용 공급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 및 집단에너지 부분의 수익 구조 효율화
발전 자회사인 에스파워(S-Power)의 2025년 실적은 이용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고무적인 양상을 보였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전기 판매량은 이용률이 67%에서 58%로 하락하며 감소했으나, 인프라 마진의 개선을 통해 영업이익 46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SMP(계통한계가격)의 변동성 속에서도 용량요금(CP) 및 고정비 회수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집단에너지 부문의 수직 계열화 완성은 2026년 실적의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삼천리는 2024년 7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보유했던 휴세스(HUCES) 지분 49%를 전량 취득하여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휴세스는 공급 세대 증가와 열 요금 상승에 힘입어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38억 원을 달성했으며, 안산도시개발(지분율 49.9%) 또한 열 판매량 증가로 236억 원의 견조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제6차 집단에너지 공급 계획에 따른 2028년까지의 보급률 확대 정책은 삼천리의 집단에너지 부문이 저성장 유틸리티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비에너지 부분의 확장: 삼천리모터스와 미래 성장 동력
삼천리모터스는 신차 및 중고차 판매 호조를 통해 그룹의 현금 흐름 창출원(Cash Cow)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액 3,443억 원, 영업이익 85억 원을 기록하며 에너지 부문의 계절적 변동성을 보충하고 있다. 특히 수입차 시장의 고급화 추세와 BMW 등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타겟층을 공고히 함으로써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하고 있다.
성경식품 인수와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의 도약
삼천리그룹의 가장 대담한 전략적 선택은 2025년 12월 말 단행된 '성경식품' 지분 100% 인수이다. 약 1,200억 원(자기 자본의 6.8%)을 투입한 이번 인수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그룹의 정체성을 '에너지-환경'에서 '생활문화'로 확장하려는 이은선 부사장의 미래 사업 총괄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성경식품 인수의 전략적 당위성과 시너지 분석
'지도표 성경김'으로 널리 알려진 성경식품은 국내 조미김 시장 점유율 3위 업체로, 1981년부터 축적된 제조 노하우와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가 2026년 삼천리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K-푸드의 글로벌 확장성:
성경식품 매출의 약 40%는 해외 수출에서 발생하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미국 내 조미김이 건강 스낵(Healthy Snack)으로 인식되며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는 삼천리에게 내수 시장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외식 사업과의 연계성:
삼천리가 이미 영위하고 있는 외식 브랜드(Chai797 등)와 성경식품의 제품군을 결합하여 B2B 및 B2C 시장에서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수익성 개선 가능성:
성경식품은 2025년 매출액 약 1,300억 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원초 가격 급등이라는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삼천리의 자금력과 유통망이 결합될 경우 마진율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성경식품의 연결 실적 편입은 2026년 삼천리 연결 실적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유틸리티 기업 특유의 '낮은 멀티플'을 상향시키는 '성장주'로서의 내러티브를 부여할 것으로 평가된다(내 글을 자주 봐주시는 구독자님들께서는 내러티브와 숫자의 연결에 대해서 내가 썼던 글을 기억하실 것이다).
재무 상태 분석 및 자산 가치의 재발견
삼천리의 재무제표는 전형적인 '저평가 우량주'의 전형을 보여준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별도 자산 총계는 3조 244억 원, 연결 기준은 4조 2,319억 원에 달하며, 현금성 자산은 연결 기준 3,116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건전한 재무 구조와 낮은 부채 비율
삼천리는 지속적인 차입금 상환과 이익 유보를 통해 부채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추어 왔다.
특히 주목할 점은 8,000%를 넘어선 유보율이다. 이는 향후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거나 추가적인 M&A를 단행하기에 충분한 기초 체력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5년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100.3%까지 하락하여 유틸리티 기업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저평가된 밸류에이션 지표
삼천리의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배 수준으로, 장부가치 대비 극심한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 2025년 말 잠정치 기준 BPS(주당순자산)는 421,851원에 달하는 반면 주가는 14만 원대에 머물고 있어, 실제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의 1/3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저평가는 과거의 보수적인 주주환원과 성장성 정체에서 비롯되었으나, 2026년에는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주가 상승 트리거가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2026년 기업가치 제고(Value-up) 계획과 주주환원의 변곡점
삼천리는 2026년 1월 20일 안내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공시 예정일을 2026년 2월 첫 주 중으로 확정 지었다. 이는 시장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주주환원 정책의 가시화를 의미하며, 2026년 주가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재료이다.
15.6% 자사주 소각 가능성과 그 파급 효과
삼천리는 현재 전체 발행 주식의 15.6%에 해당하는 63만 주 이상의 자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자사주는 과거 '주가 안정' 목적으로 매입되었으나, 최근 공시를 통해 활용 목적을 '경영환경 변화 대응 및 임직원 보상' 등으로 확대하며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신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하거나 기존 보유분에 대해서도 처분/소각 계획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은 삼천리에게 강력한 압박이자 기회이다. 만약 2월 초 공시에서 15.6% 자사주의 전량 또는 단계적 소각 계획이 발표된다면, 주당 가치(EPS, BVPS)는 즉각적으로 약 18.5% 상승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가장 실질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배당 정책의 획기적 전환 전망
삼천리는 지난 수년간 실적과 무관하게 주당 3,000원의 고정 배당금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이 '배당 성향 상향'에 맞춰져 있고, 배당 분리과세 등 세제 혜택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KB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삼천리가 배당 성향을 현재의 10% 수준에서 35%까지 끌어올릴 경우, 현 주가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은 7%를 상회할 수 있다. 이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기관 및 외국인 자금의 강력한 유입을 유도하는 요인이 될 것이며, 주가는 배당수익률의 정상화 과정을 통해 리레이팅 될 가능성이 높다.
거시 경제 환경과 규제 리스크의 진단
2026년 삼천리의 경영 환경은 거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유틸리티 산업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1. 거시 경제 환경: LNG 가격 및 도매 요금 안정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2026년 초 MMBtu당 3.6달러에서 4달러 사이의 안정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는 도매 요금의 하향 안정화를 의미하며, 도시가스사의 미수금 리스크를 완화하고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요인이다. 또한 부산 등 주요 지자체에서 도시가스 소매 공급 비용을 원가 기반으로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은 삼천리의 영업 마진을 방어하는 보호막 역할을 할 것이다.
2. 규제 리스크: 상법 개정과 거버넌스의 투명성 강화
상법 제542조의 14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은 상장회사의 자사주 소각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하고, 대주주의 의결권 남용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삼천리와 같이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약 19.5%)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에게 지배구조 개선의 계기가 된다.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 전체로 확대될 경우, 소액 주주의 권익이 보호되면서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던 자산 가치가 재평가받는 근거가 될 것이다.
지배구조와 승계: 오너 3세 시대의 개막
삼천리그룹은 창업주 이장균-유성연 회장의 동업 정신을 계승하여 이만득 명예회장과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이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26년은 3세로의 경영권 승계와 계열 분리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백 - 이은선 이원화 체제와 계열 분리 시나리오
현재 삼천리는 이만득 명예회장의 조카인 이은백 사장이 전략 총괄로서 전통적인 에너지 사업을 맡고, 셋째 딸인 이은선 부사장이 미래 사업 총괄로서 식품/외식 등 신사업을 주도하는 구도이다. 특히 성경식품 인수가 이 부사장의 주도로 진행되었다는 점은 생활문화 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축으로 육성하여 독자적인 경영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계열 분리 과정에서 주가는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분 매입 경쟁이 발생할 경우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승계 비용 절감을 위해 주가가 의도적으로 억눌릴 리스크도 존재한다. 그러나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외부적 감시 체계가 작동하는 2026년에는 후자의 가능성보다는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가 승계의 명분을 확보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목해야 할 사항
삼천리(004690)는 2026년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화두인 '밸류업'과 '거버넌스 혁신'의 수혜주가 될 자격과조건을 갖추었다. 국내 1위 도시가스 사업자로서의 압도적인 현금 창출 능력과 8,000%의 유보율, 15.6%의 자사주는 언제든 주가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물론 주가 상승의 잠재력을 보유한 것과 실제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성경식품 인수를 통해 확보한 K-푸드 성장 동력은 삼천리를 더 이상 따분한 유틸리티 기업이 아닌,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그룹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또한 2026년 2월 초 예정된 밸류업 공시는 그동안 삼천리를 짓눌러왔던 '저평가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2026년 삼천리의 단기적인 실적 변동성보다는 자사주 소각과 배당 성향 상향이라는 '주주 환원의 진정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만약 배당수익률이 5% 이상으로 확대가 되고 실제로 배당금액도 매년 성장을 하는 패턴이 유지가 된다면 삼천리가 나의 포트폴리오의 작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도록 할 의향도 있다. 2026년 2월, 삼천리의 순자산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객관적인 수치 상으로 볼 때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2026년은 그 결실을 확인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