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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일렉트릭 리뷰

캐스퍼 일렉트릭의 모든 것

by Lifetime Reviewer

새 차를 샀다.

캐스퍼 일렉트릭이다.


모든 옵션 포함 3400만 원에 보조금 760만 원, 소비세 혜택 170만 원 정도를 받아 2500만 원에 구매했다. 캐스퍼 전기차에 2500이라.. 적금 하나가 사라졌다. 만약 중고차를 샀다면 18년식 BMW 5시리즈, 19년식 벤츠 A클래스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노빠꾸, 후회는 없다.




우선 새 차라서 좋다.


10월, 11월은 구라 안치고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였다. 그러나 차가 예상보다 빨리 나와 하필이면 정부 과제 마감이니, 논문 리비전이니, 새 논문 준비와 제출이니,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시기에 차를 출고하게 되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온라인 구매만 가능하기 때문에 딜러 아저씨과의 협업 드리블이 불가했는데, 따라서 그 모든 절차를 나 홀로 단독 드리블해야 했다 like 메시.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위한 서류라든지, 전기차 구매 전용 EV 카드 발급이라든지, 자동차 등록이라든지, 선팅과 블랙박스 세팅이라든지, 보험 가입이라든지, 학교와 오피스텔 주차등록이라든지. 일하느라 정신없는 동시에 수많은 유관기관에서 무수한 악수요청을 받았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차를 받기도 전에 가졌던 너무 행복했던 시간들 때문인지 감정 소모가 극심했고, 막상 차를 받아 서울대입구로 돌아오니 너무 힘들어 비닐도 뜯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타고 다니다 보니 거의 3주가 흐른 지금까지도 비닐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앞 좌석만 엉뜨 때문에 뜯어놓았고 뒷좌석과 나머지 모든 부분을 비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히터를 틀면 뭔가 타는 냄새가 난다. 가열한 미세 플라스틱 섭취를 통해 암세포 저항성을 늘리고 있다. 좋다.


또 아직도 블랙박스를 달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누가 내 차에 해코지를 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할 수밖에 없다. 인내와 용서 훈련 중이다. 좋다.


매일 새 차를 타는 기분이다. 최고다.




또 순도 100% 전기차라 그런지 매우 조용하다.

시동을 켤 때에도, 주행 중에도 미세한 우웅 소리 말고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때로는 시동을 안 켠 줄 알고 다시 끌 때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조용함은 서울대입구역 오피스텔 골목 주행 중에 특히 빛을 발휘한다. 요즈음 젊음이들은 거의 대부분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끼고 걸어 다니기 때문에 소음이 없는 전기차를 만나면 그 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운전하다가 이어폰을 끼고 골목길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MZ 복병들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그들의 걷는 속도에 맞춰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차를 탔지만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가는 것, 세상을 흠뻑 즐기는 그들의 속도감을 체험하는 것, 그것이 여유 아닐까?


여하튼 실내가 굉장히 조용하다. 최고다.




이외에도 장점은 많다.


전기차 전용 매트 실버 색이 빠끈하고 외관이 은근히 귀엽다는 점,

천장이 높고 실내가 은근 넓기 때문에 남자 5명이 타도 널널하게 떡을 칠 수 있다는 점,

총장잔디 주차장에서 충전하면 한 달에 만원 정도면 떡을 칠 수 있다는 점,

요즘은 학교에서 아침 수영 저녁 골프 레슨을 받고 간간히 테니스를 치고 있는데 수영 가방과 골프 연습가방, 테니스 가방을 굳이 집에 보관하지 않아도 되어 집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기동성이 좋아져서 오히려 아침 수영이나 저녁 골프 레슨을 빠지지 않고 가게 된다는 점,

옵션을 든든하게 넣어두었기 때문에 고속도로 자율주행과 핸드폰 무선 충전까지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비록 나는 캠핑을 떠날 생각이 전혀 없지만 캠핑 시 이동식 콘센트로 병신할 수 있다는 점,

전기차의 미친 출력과 캐스퍼의 작은 차체로 언덕길과 골목길 주행이 굉장히 쉽다는 점 등


대도시를 살아가는 대학원생이 타기에 이만한 차가 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따라서 2500만 원에 이 수많은 행복들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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