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_변신, 카프카

만나면 살충제를 서로에게 들이대는 인간의 초상화

by 새나

예상치 못하게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신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사실 대처라는 것조차 할 수 없는 벌레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카프카가 변신을 발표한 1913년에 인간은 어쩌면 벌레와 같은 대우를 받기도 하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아버지의 사업 빚을 갚아야 했던 잠자는 외판원으로서 이미 벌레처럼 취급받는 삶을 살고 있었고

하루아침에 벌레가 되면서 자신이 처한 삶과 가혹하게 마주 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잠자는 벌레처럼 취급받고 혹사당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꾹 참은 채로 견디다가

하루아침에 사람들이 다가가고 싶어 하지 않는 환자 취급을 받고 방에 갇혀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카프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흉측한 존재로 취급받게 된 잠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벌레와도 같이 되어버린 잠자의 상황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잠자는 사람이었을 때도 벌레가 되었을 때도 정작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마디도 못한 착한 아들이자 오빠였던 거 같다.

잠자에게 사과를 던진 아버지는 이제 필요 없어진 잠자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한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가족의 짐이 되어버린 잠자가 꼴 보기가 싫어서 방에서 나오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오빠에게 신세를 지고 살았던 동생은 오빠가 사람으로 돌아올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자 오빠가 사라지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게 된 것은 아닐까?


우리는 누구나 필요한 사람이 되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살기 위해서 일평생 버둥거리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만 자신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느끼며 스스로를 도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913년에 카프카가 느꼈던 인간 존재의 무가치함은 2021년인 지금도 도구로서 가치가 있을 때만 존중받고 사람 대우받는 지금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닐까?

있는 그대로의 존재 자체로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의 고통스러움을 벌레로 변신한 잠자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 <변신> 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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