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기억하기 위한 일기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다독이는 것이 나의 마음 건강에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마음일기를 적고 있다. 내가 나를 알아주고 이해해주기 위한 최소한이지 최선의 방법이다.
어젠 편찮으신 엄마와 엄마를 돌보느라 애쓰고 계시는 아빠를 만나러 다녀왔다. 방학을 맞이한 아들도 같이 데려갔다. 할머니를 만나러 가서 사진도 찍어드리겠다고 아이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챙겼다.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엄마를 만나고 오니 뜨거워지는 여름을 향해갈 무렵 피어오르는 장미가 떠올랐다.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온 엄마는 새빨간 장미를 닮았다. 우리 엄마는 가장 아름답게 피어올랐지만 얼마 못 가 꽃잎을 떨구는 장미와 같다. 참 정열적으로 살았지만 그 잎도 그 정열이 식는 속도와 같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연세가 들어가셔도 이렇게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지지 않는 다른 부모님들을 보면 부럽다.
작년 여름에 엄마 칠순이라고 휠체어를 가지고 제주도에 함께 여행 갔었지만 부축하면 조금씩 걸을 수 있었던 엄마였는데, 이젠 전혀 거동을 못하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1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에 어리둥절하다.
6월에 같이 을왕리해수욕장에 산책을 갔을 때는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던 엄마는 이제 한 마디 한 마디 얘기하는 것도 힘겨워졌다.
아직은 휠체어에 앉아서 식사가 가능하시지만 식사 중간중간에 음식을 삼키기가 힘들어서 눈을 꼭 감고 음식을 삼키는 일에 집중하신다.
두 다리가 굽어지고 굳어졌고 오른손은 자유롭게 움직이셨었는데 이젠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는 움직일 수가 있다.
워낙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했던 분인데 답답한 침대에 누워서 꼼짝없이 누워 계신다. 누군가가 휠체어에 앉혀드리면 앉아계실 수 있지만 앉아계실 때 목을 가누는 것도 무척 힘드신 거 같다. 어깨와 목도 뻣뻣하게 굳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온몸이 굳어가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루가 다르게 병색이 짙어지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엄마 앞에서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건네고 요즘은 어떠시냐고 묻는다. 엄마는 안간힘을 쓰며 괜찮다고 한 마디를 짜내신다.
아빠는 환자를 돌보느라 요양보호사가 오는 4시간 외에는 자유시간을 갖지 못한다. 엄마는 시간을 거슬러 살아가는 사람처럼 점점 아기가 되어가고 아빠는 독박 육아를 하는 사람처럼 누군가가 병문안을 가면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하시며 답답한 마음을 꺼내놓으신다.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있는 나는 한 시간 반 거리의 인천에 가는 것도 쉽지 않다. 한 달이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한 달에 한번 겨우겨우 찾아뵙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책을 마무리하고 나면 더 자주 찾아뵈어야지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대학생 시절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남편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 같다며 앞으로 엄마가 어떤 상태로 변화될지 이야기해주었다.
먼저 요양원에 모시던 아버지를 떠나보낸 친구의 아버지 사진을 본 나는 앞으로 엄마가 어떤 상태가 될지 짐작하고 있지만, 부디 그날이 늦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엄마가 그토록 사랑하는 아들 가족이 엄마가 알아볼 수 있을 때 부디 한국을 방문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엄마 #마음일기 #파킨슨증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