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취업한 일에 대하여 - 09

10 화에 대한 첨언

by Virgo

- 일본은 지금 취업하기 좋은 시절 아닌가요?

일본에 취업한다고 했을 때 제가 자주 들었던 질문입니다. '지금 일본은 오히려 일자리가 넘쳐난다며? 베이비 붐 세대들은 은퇴하고 인구 감퇴기라 일자리가 남아돌고 지원자가 회사를 골라서 들어간다던데?' 와 같은 얘기를 제법 자주 들었죠. 제가 취업을 준비했던 시기인 2015-16년에는 이런 얘기가 종종 돌았습니다. 뉴스 기사에서도 자주 나오던, 아니 뉴스에서 이렇게 떠들기에 다들 그런 인식이 박혔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제 결론은 '잘 모르겠는데...' 였습니다. 한국에서 일본에 취업할 때는 물론, 일본에서 일본 기업에 취업할 때도 '회사를 골라갈 정도로 일자리가 넘친다' 는 느낌은 받지 못했으니깐 말이죠. 그렇다고 사회적 상황을 제가 정확히 파악하고 있던 것도 아니라 아니다! 라고 단언도 못 하겠고요. 다만 말입니다...


(1) 한국인이 일본에 취업하는 건 경쟁이 치열합니다. 한국 내의 경쟁자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일본의 사정과는 별개의 경쟁률이 도입되는 점도 있고, 무엇보다 한국인이 일본에 취업할 때 경쟁해야 하는 사람들은 일본인들보다는 한국인, 중국인 등의 아시아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본 기업이 한국인을 뽑으려고 할 때 '한국인만 뽑습니다' 보다는 '일본인 외에 외국인 중에서 일본에 쉽게 적응하는 사람들, 즉 아시아인들'을 뽑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사람을 결국 뽑지 않고 중국인들로 다 채워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더군요. 많은 회사들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를 겨냥하는 요즘 추세상, 그러는 게 회사 입장에서도 더 좋을 거고 말이죠. (한국보다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가 기업 입장에서는 더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2) 어차피 좋은 자리는 언제나 한정되어 있습니다. 일본에 취업하든 한국에 취업하든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어차피 취업하는 거 대우가 좋은 쪽을 다들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자리, 쉽게 말하면 대기업이라든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회사라든가 연봉이나 혜택이 좋은 회사는 일자리가 많을 지라도 경쟁률이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더나 외국에 사람을 뽑으러 올 정도의 기업들이라면 좀 더 사람을 깐깐하게 보는 것도 있고 말이죠.


제가 잘못 파악하거나 모르는 것도 많겠습니다만, 한국인 입장에서 일본에 취업하려고 할 때 '일자리를 골라 갈 수 있겠군!' 정도의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일본에서 프리랜서의 비율이 몹시 높은 편이라는 걸 생각하면, 일본은 일자리가 넘쳐난데, 라고 말하는 뉴스들을 조금 비판적으로 봐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4.jpg 일자리가 넘쳐난다, 는 건 어쩌면 경제호황기의 한 순간뿐인 전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정리를 한 번 합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일본 취업할 때 생각했던 점들, 말하고 싶었던 점들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만화로 치면 10화까지의 내용을 정리한 셈이죠. 여기서 한 번 간략하게 정리하고 싶네요.


(1) 취업 과정은 보통... (에이전시 사에 지원) -> (에이전시 사에서 선별) -> 원하는 회사에 지원 -> 회사의 선별과정(시험과 면접들) -> 취업 성공! 으로 진행됩니다.

(2) 회사의 수와 업종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 학기에 지원할 수 있는 회사는 저 같은 경우에 약 6-7군데였으며(상시 직원을 모으는 회사들은 제외했습니다), 지원자가 자신의 관심사까지 생각한다면 3-4군데 정도나 지원할 수 있을 겁니다. 더군더나 그 회사들이 뽑은 인원들도 보통 한 자리수. 문이 의외로 좁습니다.

(3) 일본어는 필수, 영어도 하면 좋습니다. 결국 외국어 능력이 많이 필요한 쪽입니다.

(4)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합니다. 미리 일본어는 공부해둬야 하고, 지원하는 회사들에 대해서도 잘 알아둬야 하며, 짧은 시간에 결판이 나므로 중간에 따로 준비할 시간은 없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일본에서 한국에 취업하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제 글보다도, 실제로 일본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후기가 인터넷에 제법 많이 있으므로 그 글들을 참고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그 분들은 '성공한' 경우거든요. 저는 결국 한국에서 일본에 취업하는 건 실패했던지라...

이제부터는, 제가 이 만화를 그렸던 이유이기도 하고 정보도 많이 부족할, '일본에서 한국인이 일본 기업에 지원하기' 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그대로 일본에 취업하시는 분들은 많습니다만, 저처럼 '한국에서 대학까지 잘 나와놓고는 일본 기업에 지원한다!' 는 경우는 꽤 적었으므로,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냥 이런 경우에 대해 관찰하고 싶으신 분들께도 재밌길 바랍니다.


08.jpg 쉬운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취업하신 분들도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만, '일본에 취업하기 쉬울 거 같으니 일본에 취업할 거야' 는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쉽지도 않고, 그런 이유로 일본행을 준비하거나 하게 된다면 스스로 고통을 자초할 뿐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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