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빵 먹고 30km 대장정

로그로뇨부터 나헤라까지

by 루카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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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8일차

그늘 없는 땡볕길이 걱정되어 점점 일찍 나서게 된다. 로그로뇨는 해뜨기 1시간 전에 출발해도 가로등이 많아서 헤드램프가 필요 없다. 작은 마을인 경우 이 시간이라면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걸어야 한다. 혼자 다니는 순례자들은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며 새벽에 무서우면 같이 걷자고 하기도 한다. 나는 괜찮다고 했더니 용감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용감한 게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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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친구들

Parque de La Grajera라는 공원에서 아침 산책을 나온 동물 친구들이 꽤 보였다. 루카는 새보다 토끼나 청설모에 관심이 있지만 그렇다고 짖거나 쫓아가지는 않는다. 오른쪽 사진에 있는 새는 루카가 있건 말건 자리를 지켰다.

IMG_3151.JPG 평화롭고 고요한 호수

공원 내 호수가 낚시 포인트이기도 한데 잉어나 송어류가 많이 잡힌다고 들었다. 우리가 갔던 평일 아침에도 낚시를 즐기는 아저씨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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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arrete의 Café Monkey

12km쯤 걸었나. 나바레테 성당 근처의 카페 몽키에서 아침으로 늘 먹는 또르띠야랑 코르타도를 주문했다. 구글 평점 4.5인데 후기에 나온 대로 가격이 착하고 맛도 괜찮은 편. 빵은 거의 다 루카를 줬고, 또르띠야는 짭짤해서 자제했다.

Café Monkey
주소 : Calle Ctra. de Logroño, 26370 Navarrete, La Rioja
비용(24년4월) : 또르띠야 & 커피 총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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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레테 성당 앞
루카 걷는 거 거부? 안고 다니는겨?

배를 채우니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겨 성당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가족 카톡방에 올라간 사진을 보고 엄마는 앞뒤로 10kg를 들고 있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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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순례자의 情

나헤라까지 10km 남겨두고 또 바르에 들렀다. 스무디가 5로 생각보다 비쌌는데 냉동망고에 오렌지도 착즙이 아니라 실망했다. 아까워하던 중 생장에서 알게 된 남수님이 루카를 위한 치킨과 삶은 계란을 나눠주셨다. 간식으로 빵만 먹던 루카가 드디어 단백질 섭취를 할 수 있겠구나. 한국인 순례자의 정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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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북숭이에게는 4월도 덥다

반려견 동반 순례길(프랑스길)은 4월이 최적기라 생각된다. 여름은 너무 덥고 4~5월, 9~10월을 많이 추천하는데 통계를 보면 10월보다는 4월이 사람이 적다. 나폴레옹길이 4월에 열리고 계절로 봐도 더 화사한 봄이다. 5월에 눈이 오는 날도 있긴 했지만 루카는 더위보다 추위에 강해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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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보충

남수님이 주신 닭고기를 먹고 루카가 진짜 더 힘을 내서 걷는 게 느껴졌다. 성격상 평소라면 괜찮다 하며 거절했을 것 같은데 순례길에서는 무엇이든 감사하게 받게 된다. 포장지에는 전자레인지 조리라고 나왔지만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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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서 달콤한 휴식

지도를 보려고 잠시라도 멈추면 루카는 쉬는 줄 알고 바닥에 '철푸덕' 앉는다. 화장실에 가거나 주문하고 나오면 그 사이 잠들기도 한다. 그럴 때는 뭔가 짠하면서도 귀엽고, 잠자리에 대해 까다로운 편이 아니라 고맙다. 예민한 댕댕이들도 연달아 20~30km 걸으면 기절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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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헤라의 Hostal Hispano

체크인할 때 단순히 열쇠만 건네주는 곳도 많은데 Hostal Hispano는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다음 날 순례길에 합류하는 지름길, 테라스가 있는 식당, 꼭 방문해야 될 성당, 그리고 양말을 살 수 있는 스포츠 매장까지.

Hostal Hispano
주소 : C. Duques de Nájera, 4, 26300 Nájera, La Rioja
사이트 : https://www.booking.com/Share-0jf2KH
비용(24년4월) : 싱글룸 €42.30, 반려견 추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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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stal Hispano 내부

싱글룸은 깔끔했고 부족함이 없었다. 사실 알베르게 다인실을 경험한 후에 개인실이라면 만족하게 된다. 루카 없이 혼자 왔다면 달랐을까? 매일 다인실에 묵는 순례자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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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버텨준 양말

숙소에서 알려준 Deportes San Lorenzo에서 드디어 양말을 구입했다. 더 제대로 된 트레킹 양말도 많았지만 한 켤레에 20가 넘어서 나이키 1세트로 골랐다. 계속 크록스를 신고 다닐 거라 좋은 양말이라도 구멍이 날 것 같았다. 맨발로 30km 걸은 루카, 오늘은 마사지를 더 오래 해줘야겠다.

Deportes San Lorenzo
주소 : C. Constantino Garrán, 10, 26300 Nájera, La Rioja
비용(24년4월) : 나이키 양말 1세트(3켤레) €12.90


더 생생한 기록은 아래 영상에서 4K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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