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게 다 되던 그때
매일 행복할 수는 없죠. '희로애락(喜努哀樂)'이라고 모두에겐 인생의 수많은 '황금기'와 '암흑기'가 있습니다. 각자 황금기를 뜻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저한테 황금기란 '내가 내 능력으로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낼 수 있을 때'라고 봐요. 2017년부터 2019년, 저는 대학생으로서 하고 싶었던 고학점, 여행, 교환학생, 해외봉사, 아르바이트, 자취(?)를 모두 이뤄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 3년을 제 인생의 첫 번째이자 지금 현재로선 가장 최고의 황금기라고 말합니다.
2017년......
제가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오던 해입니다. 저는 다행히 흡연자가 아니라 월급 20만 원(병장 기준)을 아껴서 동유럽을 여행하는 데 보탤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얘기할 날이 오겠지만, 저의 단짝 캐논 100D도 이때 처음 만났습니다. 사진의 '사'자도 모르던 제가 찍고 싶은 곳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셔터만 눌렀죠.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게 된 여행이기도 했고요.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복학의 길을 걷습니다. 이제 1학년 때만큼의 놀 열정도 사라졌겠다, 놀 친구도 없겠다, 기숙사 배정받고 공부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죠. 사실 지금도 그때 내가 과연 1학년 때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더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근데 참 신기하게 학점이 정말 잘 나왔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 이상이었죠. (단지, 1학년이라 성적이 안 좋았던 건가...?)
2017년은 제가 좋아하는 프로스포츠 업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던 해이기도 합니다. FIFA U-20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렸었는데, 마침 티켓 판매원과 검표원을 뽑는다고 해길래 지원했더랬죠. 매니저께서 제가 일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는지, 대회 종료 후에도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 검표원으로 정기적인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있었죠.
2018년......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매표소에서 일해보자고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방학이라 잠시 여유로웠고, 목돈도 필요했기에 하겠다고 했죠. 덕분에 평창에 약 한 달 정도 합숙하면서 여러 동료와 자원봉사자들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퇴근하고 숙소에 들어오면 다른 경기장에서 근무를 끝낸 동료가 족발하고 소주를 준비해 서로 술잔을 기울이던 기억은 지금도 잊지 못하겠습니다.
작년에 받은 고학점 덕분에 처음으로 외부 장학재단에서 성적 우수 장학생으로 선정됐습니다. 150만 원. 마침 2학기에 교환학생 파견 예정이었어서 비행기 삯과 생활비로 잘 썼더랬죠. 멕시코 교환학생 4개월은 제 황금기의 절정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만약 제 글을 읽는 청소년 또는 대학생이 있다면, (물론 지금은 어렵지만) 교환학생을 대학생 때 놓치지 말아야 할 활동 중 하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한국에서 안고 있던 걱정을 모두 내려놓고, 외국인들과 소통하면서, 여기저기 여행하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었어요. 사실 멕시코는 교환학교 1순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보다도 멕시코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한국인이 되었습니다. 아마 멕시코와 남미에서의 이야기는 따로 다루게 될 거 같네요.
2019년......
2017년과 2018년이 '여행'으로 제 가치관을 만들어줬다면, 2019년은 '사람'으로 제 가치관을 만들어줬습니다. 저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리더십이 있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두 번의 해외봉사에서 10명, 20명으로 이루어진 팀의 장(長)이 되었죠... 그곳에서 만난 팀원들을 지금도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허우적대고, 띨띨해 보일 제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을 텐데, 지금도 제게 가끔 연락해주고 고맙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 제가 오히려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생각에 행복함을 느낍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당시 몇몇 이야기를 쓴 적은 있지만, 모든 이야기를 다시 회고하려 하니 그때만큼의 감정이 살아나지 않아 걱정입니다. 아직 제 외장하드에는 꽃을 피지 못한 수많은 사진이 있습니다. 2017년, 2018년, 2019년의 사진들이죠. 저는 이 사진들을 보물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보물들은 지금 취업 준비하는 제게 힘들 때마다 위로해줍니다. 제 나이는 아직(?) 만으로 25살입니다. 제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나이를 모두 알 수 없지만, 인생의 반도 안 살아본 놈이 무슨 황금기를 얘기하는지 생각하실 수도 있을까 봐 부끄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글을 읽으시면서 여러분만의 황금기가 언제였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제 이야기를 읽고 지금부터라도 나만의 황금기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