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스포츠를 하는 마음으로 일에 임하기

by 천인우

컨설팅 펌에서 일은 돌아보면 늘 가정과 추정의 연속이었다. 어떤 문제가 주어지든 어떻게든 정해진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니,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정보들은 ‘말이 되고 나중에 방어 가능한 논리로’ 채워야 한다.


여기서 ‘방어 가능’이라는 게 무서운데, 이를 위해서는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소스를 동원해 논리를 단단히 쌓아야 한다. 보고 전에 재무제표, 뉴스기사, 전문가 인터뷰, 내부 자문, 커먼 센스 등을 총동원해 백업 자료를 촘촘하게 준비한다.


처음엔 이런 방식이 적응이 쉽게 안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기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고 그때부터는 어떤 공격적인 질문을 받아도 당황해 얼버무리는 일이 줄게 됐다.


다만, 지금은 자문이 아니라 B2B 현업에서 일하다보니, 이런 방식이 잘 통하지 않는 경우를 꽤 경험한다. 우선 대부분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뿐더러, 고객과의 소통이 한두번의 보고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내가 낸 의견은 내일의 내가 책임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어떻게 하면 고객이 기다려줄 수 있는 타임 윈도우 내에, 내일의 내가 책임 질 수 있는 수준에서, 의견/답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매사에 정확한 사람, 극 F 성향의 감성적인 사람, 창의적이고 속도가 빠른 사람, 조금 느리더라도 디테일을 정확히 잡아주는 사람, 지치지 않도록 옆에서 응원해주는 사람, 자료를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는 사람까지 모두가 힘을 합쳐 움직여야 비로소 완성되는 일종의 종합 스포츠에 가깝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몰로코에서 이 과정을 겪으면서 배우는게 많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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