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와서 핸드폰을 들었다. 스레드, 인스타, 유튜브. 한 바퀴 돌았는데 볼 게 없다. 그래도 내려놓지는 않는다. 손에 뭔가 들려 있어야 이 시간이 덜 긴 것 같아서.
별 의미 없이 이것저것 누르다가 브라우저 탭 정리까지 갔다. 탭이 서른몇 개 있었다. 절반은 왜 열어뒀는지도 모르겠는 것들이다. 닫다가 검색 기록까지 들어갔다. 지울까 하고 열었는데, 목록이 눈에 들어와서 손이 멈췄다.
화면 빛이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따갑다. 밝기를 한 단계 더 낮추고 스크롤을 내린다.
'관자놀이 오른쪽 욱신'. 아, 그날. 회의가 세 시간이었다. 중간에 화면 공유 해달라는 말을 못 알아듣고 멍하니 있다가 이름 두 번 불린 날. 바로 밑에 '타이레놀 공복 가능'. 약을 먹으려고 했었나 보다. 결국 안 먹었다. 먹을 시간이 없었던가.
'근처 국밥 혼밥'. 그건 지난주 점심이다. 결국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다. 국밥집까지 걸어가기가 귀찮았던 건지, 혼자 들어가기가 싫었던 건지. 둘 다였을 것 같다. 편의점은 대충 골라서 나오면 되니까.
업무 검색어가 몇 줄 이어지는데 그건 넘긴다. 눈이 멈추는 건 그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것들이다.
'소음 없는 카페'. '혼자 여행 1박 2일'. '요즘 잠이 너무 많이 오는 이유'.
검색어만 보면 꽤 바쁜 사람 같다. 아프기도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쉬고 싶기도 하고.
더 내려간다. 날짜가 바뀐다.
'비 올 때 무릎 통증'. 이건 기억이 안 난다. 무릎이 아팠었나. 검색한 건 분명 나인데 기억이 없다. 그때의 나는 꽤 걱정이 됐을 텐데, 지금의 나는 어느 쪽 무릎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에어컨 틀고 자면'. 한여름이었나 보다. 검색해 놓고 결국 틀고 잤을 거다. 안 좋다는 사람도 있고, 안 좋을 것도 없다는 사람도 있고. 모르겠다. 그냥 리모컨이 손 닿는 데 있으면 누르는 거지.
'새벽 응급실 몇 시까지'. 흠칫해서 날짜를 봤더니 '에어컨 틀고 자면' 이랑은 다른 날짜였다. 에어컨 틀고 잤다고 응급실에 갈 정도면 응급실은 항상 문전성시였을 거야.
엄지가 뻣뻣하다. 얼마나 내렸는지 모르겠다. 핸드폰을 쥔 손을 폈다 접었다 한다.
전체 삭제 버튼이 위에 있다. 누르면 깔끔해지겠지. 그런데 손이 안 간다.
몇 개만 골라서 지운다. '관자놀이 오른쪽 욱신'을 밀어서 지웠다. '타이레놀 공복 가능'도 지웠다. '새벽 응급실 몇 시까지'도 지웠다. '소음 없는 카페'는 안 지웠다. '혼자 여행 1박 2일'도 남겨뒀다. 지우고 싶은 것과 남기고 싶은 것의 차이를 설명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 그냥 손이 가는 대로 했다.
브라우저를 닫고 핸드폰을 엎어서 배 위에 올려놓는다. 화면이 꺼지니까 방이 다시 어두워진다. 배 위에서 핸드폰이 미세하게 따뜻하다.
눈이 좀 무거워진다. 아까보다는 잠이 올 것 같기도 하다. 지우지 않은 검색어들이 브라우저 어딘가에 그대로 있겠지. 거기 있는 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