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폴센과 마셰이드

포켓몬고와 사랑에 빠지다

by 아홍

백화점 에스컬레이터가 7층에서 8층으로 향한다.

8층에 다다르면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루이스 폴센의 조명들이다. 내가 백화점에 온 이유에는 8층은 없었다. 그냥 목적지를 향해 거쳐가는 층일 뿐이었다. 더더욱 조명에 1도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그냥 지나쳐야 하는 장면인데, '어~ 이거 완전 자마슈 같은데?'라는 생각이 나를 멈추게 한다.

포켓몬고를 켠다. 자마슈를 찾아본다. 내 기억이, 내 느낌이 왜곡됐나? 조명을 보고 자마슈를 보니 다르다. 자마슈가 아니었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자마슈의 진화체인 마셰이드의 느낌만이 내 기억 속에 있었나 보다. 도감 설명을 보니 "발광포켓몬"이란다. 확실히 빛을 내는 조명과 닮아있다.

일상 속 닮은꼴을 찾을 때마다 AR 사진으로 인증샷을 남겨둔다. 볼 일이 있어서 왔는데 볼 일은 보지 않고 딴짓에 열중해 본다.

포켓몬 디자이너가 루이스 폴센의 판텔라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은 것일까? 루이스 폴센의 판텔라 시리즈 디자이너가 마셰이드에서 영감을 얻었을까? 그냥 자연 속 버섯이거나 다른 무엇인가에서 영감을 얻었을 텐데, 포켓몬고와 사랑에 빠진 나는 이런 망상도 해 본다.


포켓몬고와 사랑에 빠진 나의 일상은 이러하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자신이 읽는 모든 책에서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을 찾아보게 된다
- 발터 벤야민
(출처. 쓰기의 글들)

포켓몬고에 빠진 나는 일상의 모든 것에서 포켓몬고 속 모습을 발견한다.


김용택 시인의 말대로, 길가의 풀 한 포기도 당신으로 연결되는 게 사랑이라면
(출처. 쓰기의 글들)

나는 포켓몬고와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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