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열 살쯤 어린 이름난 여배우가 얼마 전 인스타에 게시물을 하나 올렸다. 3년 전 작별한 엄마를 추억하는 내용이었는데, 마지막 글귀를 보며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 배우는 무슨 의미로 전생 같다는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으나, 전생 같다는 말이, 엄마와 보냈던 그 시간들이 전생 같다는 말이 몹시도 아려왔다.
그래, 전생 같다. 엄마와 함께한 나의 37년 인생이, 마치 전생같이 느껴진다. 아득히 먼 옛날 같기도 하고, 바로 어제 같기도 하고, 그러나 다시는, 결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들은, 과거過去라는 단어보다 더 멀고 먼, 생을 건너고 우주를 건너도 결코 닳을 수 없는, 나의 이전 생生 같다.
그 전생 같은 기억 속에서 나는, 함께였던 그 모든 시간들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고, 언제든 닿아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엄마는 항상, 의심 없이, 당연한 존재였고,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리석었다.
엄마와 함께였던 나의 37년 생은, 사치스럽고 교만했던 나의 전생前生이다.
https://youtu.be/mSHFL2k3x5Y?si=s6kFqR_9IcLGP6tg
아무 말도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름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아려와
아주 멀리 가버릴 줄 왜 몰랐을까
사랑 그렇게 보내네
이유 없이 퉁명스럽던 그때를
때론 모질고 소홀한 그 순간들을
미안하단 말도 아직 하지 못한 채
사랑 그렇게 보내네
괜찮을 거라고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스스로를 타일러봐도
잊을 수도 없고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뒤늦게 후회로 밀려와
하루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오래오래 그대 앞에 울고 싶은데
바람소리 마저 너무 조용한 하늘
사랑 그렇게 보내네
괜찮을 거라고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스스로를 타일러봐도
잊을 수도 없고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뒤늦게 후회로 밀려와
바라고 바라다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게 되면
그땐 고맙다고 늦지 않게 말하리
사랑 그렇게 보내네
사랑 그렇게 보내네
사랑 그렇게 보내네 - 이문세
넘치지도 절절하지도 않은, 담담하고 단정한 가수의 목소리에 피아노 선율만 더해져, 가사가 귓바퀴를 타고 가슴속 깊이 박힌다. 너무 멀리 가버린 나의 엄마, 도무지 잊을 수도 없고 잊혀지지도 않는 기억 속에서, 나는 그저 바라고 바랄 뿐이다. 나의 이 생을 잘 살아내어, 생을 건너고 우주를 건너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땐 37년 보다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엄마의 4주기.
괜찮아 괜찮아 몇 번을 다독여 보았지만, 괜찮지 않다. 잘 먹고 잘 웃고 잘 살아내다가도, 갑자기 멍, 쿵, 휑, 해지는 마음은 전혀 괜찮지 않다. 이 또한 내가 넘어야 할 나의 파도이겠지. 이제 고작 4년, 40번쯤 엄마의 기일을 맞이하면, 그땐 괜찮아질까.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