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일기
아이의 유치원 생활 기록지에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JY. 정규 수업시간에 같은 반은 아닌데 종일반에서 친하게 지내는 모양이었다. 하원을 시키는 아빠에게도 선생님이 이야기를 했단다. 아이가 요즘 JY랑 무척 친하다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작년 담임 선생님이 아이를 불러도 JY랑 그림 그린다고 말하고 새침하게 고개를 돌린단다. 유치원을 나서며 아빠는 물었다.
"JY가 잘해줘?"
"응! 체육시간에 힘내라고 응원도 해줘."
"그렇구나. 아빠랑 JY 중 누가 더 좋아?"
"둘 다 좋아!"
"왜? 아빠를 더 좋아해줘야지~"
"그럼... 우리 JY가 슬프잖아."
'우리 JY'라는 말로 아빠에게 충격을 준 것도 모자라 아이는 길에 멈춰 서서 가방을 굳이 열어 그림 하나를 꺼냈단다. 아주 소중하게. JY가 그려준 자신의 모습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아빠를 더 좋아한다고 말하면 TV를 더 보여주겠다는 아빠의 유치한 협박에도 아이는 굴하지 않았다. 특정 남자친구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은 처음. 아빠는 질투했고, 엄마는 신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JY는 3명의 여자친구와 친하게 지내는데 우리 아이는 그 중에 한명이고, 우리 아이 역시 3명의 남자친구와 친하게 지낸다는 이야기를 선생님으로부터 전해들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런 썸(?)은 아닌게다. 아빠의 질투는 조금 잠잠해졌고, 엄마는 함께 노는 남자친구들이 많다는 것에 좋아했다. 두루두루 친한 것은 좋은거니까.
그리고 오늘 아침, 아이의 스케치북을 정리하다 발견한 편지. 의심할 수 없는 러브레터였다. JY를 향한. 엇, 이거 분명한 썸... 아니 그 이상의 관계가 아닌가? 이제 7살, 벌써 7살. 너무 귀여운 아이의 성장 과정이다. 아빠의 질투는 짙어지겠지만 엄마는 조금씩 자라는 아이가 대견하기만 하다. 그리고 실제 JY를 한 번 만나고 싶다. 아, 초대하면 오려나? 친구를 초대할 시간도 넉넉하지 않은 워킹맘이라서 조금 씁쓸하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