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의 교환일기

워킹맘의 일기

by 여유수집가

이 공간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운이 좋아서인지 몇 개의 직무를 거쳐 지금은 회사에서도 글 쓰는 것을 주된 업으로 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얻을 수 있는 생각의 깊이와 여유, 다채로운 시각으로 느끼게 되는 인생의 풍요로움 때문에 다른 것은 몰라도 아이가 글쓰기만큼은 좋아했으면 좋겠다.


주중에는 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날이 더 많기에 처음에는 포스트잇에 짧은 편지를 남겨두고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엄마는 늘 너를 생각한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글로 하는 소통의 기쁨도 알았으면 했다. 다섯 살 무렵의 일이었다. 엄마의 마음을 읽어서일까. 아이는 글을 쓸 수 있게 되면서부터 종종 스케치북에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엄마, 고마워요. 엄마, 같이 놀아요. 등등


그리고 일곱 살이 된 요즘. 포스트잇 편지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아이와 교환일기를 쓰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쓰는 바둑무늬 노트를 이용해 한쪽에는 엄마가 일기를 쓰고, 다른 한쪽에는 아이가 일기를 쓴다. 내가 퇴근 후에 일기를 써두면 다음 날 아침, 아이가 자신의 일기를 쓰는 형태다. 엄마와 일상을 공유하며, 감정을 나누는 첫 번째 목적과 함께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하는 엄마의 욕심을 담은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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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모둠활동을 했다. 함께 이야기를 만들었다.
반짝반짝 생각이 났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니 와글와글 즐거웠다.

엄마의 일기 중 한 페이지다. 모둠활동은 회의를 말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가급적 쉽게, 조금씩 다른 감정 표현을 쓰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감정 표현을 쓰라고, 조금 더 길게 쓰라고, 이런 맞춤법은 틀렸다고 가르치거나 지적하지는 않는다. 그냥 무조건 잘 썼다고, 아이의 일기를 읽고 엄마는 너무 행복했다고. 거듭거듭 칭찬만 한다. 엄마의 욕심이 아이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유치원갓다조소영선생님말들엇다오이마사지하기로약속햇다


나는시크릿쥬쥬스티커색칠북과한자사전을삿다근데지쳣다
오늘도다음은옷가개를갓다기분이좋앗다맞는싸이즈를골랏는대잘라버렷다
아빠도같이왔으면좋갯다

아이는 띄어쓰기 하나 없이, 맞춤법도 틀리게, 가끔은 이해되지 않는 말도 쓰면서, 있었던 사실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쓰는 날이 더 많지만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날도 더러 있다. 내가 없는 시간의 아이 일상을 엿볼 수 있고, 나와 함께 한 시간에는 내가 알아채지 못한 아이의 생각을 알 수 있어 더 좋은 교환일기. 글에 대한 욕심을 다 내려놓고 생각해도, 엄마와 아이에게 조금은 색다른 소통 방식이 되어주지 않을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워킹맘에게는 그 빈틈을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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