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진상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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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턴도 받고 신규 입사도 종종받으면서 나는 누군가를 리딩 할 능력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 회사 리더들의 나이를 생각해 볼 때 나는 앞으로 5년 뒤에는 소규모 조직을 리딩할 수 있는 역량을 탑재해야 한다. 뭐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를 10년을 다닌다면 일정 부분 필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나를 잘 아는 h양은 루씨가 셀장이 되면 탄핵 같은 걸 당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생각해도 나 같은 팀장이 온다면 너무 싫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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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격이 급하다. 자율적인 사람들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나는 눈에 띄는 문제점이 있으면 아주 다이렉트하게 말해버린다. 게다가 말을 돌려하는 법을 잘 모른다. 상대방 배려도가 매우 떨어짐... 우리팀 인턴에게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한 후에 혹시 괜찮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이런 나에게 연소는 안 괜찮을 거 알면서 그런거 묻는 게 더 나쁘다고 했었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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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술자리에서 자기가 올킬할 수 있는 아이템이 뭔지 이야기보는 걸 했었다. 누군가는 포승줄을 이야기했다. 대학생 때 학생운동하다가 포승줄에 묶여서 끌려갔다는 거였다. 아무도 포승줄에 묶여본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는 만화주제곡을 이야기했다. 자기가 엄청 많은 만화주제곡을 외운다는 거였다. 그렇게 많은 만화주제곡을 외우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도대체 뭐가 있지? 했더니 역시 옆자리 h양이 말해주었다. 루씨 그거 있잖아요, 오지랖! 그렇다. 나는 오지랖으로 올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엄청난 오지랖으로 이 일 저 일 참견하면서 성격 급한 팀장이라니. 말만 들어도 싫은데 그게 내 미래일 것 같아서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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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에서 일 년을 정말 잘 놀았다. 업무 시간 빼서 사내 방송 만든다고 연예인 인터뷰 따러 가고. 선배들이 뭔가 알려줄 때 메모도 잘 안 해서 이미 물어본 걸 묻고 또 물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충분히 안 찾아보고 물어보러 가곤 했다. 일 년이 지나자 아무도 안 알려줬는데 깨닫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일하는데 일 년간 참고 나를 지켜봐준 대리님 차장님 다 슈퍼 대인배였구나. 지금도 그분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존경스럽다. 나는 그저 뭐든지 열심히 하려는 신입의 패기로 많은 것을 해결하고 그 시간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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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배, 좋은 리더를 많이 만났지만 그런 사람들을 볼 수록 나는 리더에는 소질이 없다는 걸 느낄 뿐이다. 나는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이코패스라 조직 생활은 안되려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 주변에 선배나 친구에 비해 후배가 많지 않은 이유가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친하게 지내는 후배들은 나보다 더 어른스러워서 내가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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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꼰대는 자기가 꼰대일 거라고 한치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행히도 나는 내가 진상임을 알고 있으니까 일단 진정한 진상은 아닐 것이다. 아 물론 생각보다 더 진상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한켠에 간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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