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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e Jul 04. 2022

내가 창업을 하다니?

스타트업 일기 1편

요즘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연설이 종종 생각난다. 당신이 무언가를 할 때 그 점들이 나중에 어떻게 연결될지 그때는 알 수가 없다는 말. 내가 그렇다. 스무 살, 친구들이 하고 싶다고 해서 별 흥미 없이 들어간 재즈 음악 동아리에서 구석에서 드럼을 치던 초록머리와 친구가 되었다. 졸업 후 나는 회사를, 친구는 학업을 선택해 서로 다른 길을 갔지만 우리는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다. 친구가 박사과정생일 때 내가 다니는 회사의 외주 프로젝트를 맡아준 적도 있었다. 이 친구는 희한하게도 친구의 배우자들을 사귀는 재주가 있어서 내 남편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는데, 어느 날 자기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가 있다며 남편에게 개발을 해주지 않겠냐는 부탁을 했다. 


오늘 찍고 있는 이 점은 나중에 어디로 연결될까


그것이 컨스택츠의 시작이었다. 스타트업은 창업자가 혼자인 것보다 공동창업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혼자보단 의지할 수 있는 공동창업자가 있을 때 시너지도 더 나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공동 창업하는 팀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친구가 CEO, 남편이 CTO를 맡고 나에게는 COO라는 역할을 붙였다. 처음엔 팀이 서너 명뿐인 회사인데 어디 가서 나를 COO라고 소개하는 일이 부끄러웠다. 하루는 이직한 동료를 만났는데 '스타트업이 한 명이면 CEO고 두 명이면 CTO고 세 명이면 COO고 다 그런 거죠', 하고 말해줘서 내 직함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쨌거나 내가 회사의 삼분의 일이고 회사가 작든 크든 경영진은 경영진이니까. 대체로 인사와 재무 관련된 일들을 하다가 필요하면 프로덕트 미팅도 들어가고 다른 스타트업에서 팀 세미나 해달라고 하면 도와주기도 한다. 재무 업무를 잘 모르고 미국 법인 운영도 처음이라 도대체 뭘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다행히 우리 팀의 전문가들과, 주변 스타트업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아 어찌어찌 헤쳐나가고 있는 중이다.


홈페이지에 내 소개, 입사와 동시에 자화상 그려야 했다..ㅎㅎ


법인을 미국에 만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어차피 글로벌 사업할 거니까 처음부터 미국에 법인을 만들자는 이유였고, 두 번째는 투자를 SAFE로 받고 싶어서였다. SAFE는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밸류를 얼마로 할지 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없이 일단 투자를 받고, 나중에 후속 투자가 이루어졌을 때 지분율을 확정하는 방식의 투자다. Y Combinator에서 만든 계약 방식으로 미국에서는 널리 쓰이는데 한국에서는 보편적이지 않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 한 달도 살아본 적 없는 한국 토박이 셋이서 미국 법인을 설립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실리콘밸리가 캘리포니아주에 있으니까, 당연히 많은 IT회사가 캘리포니아 법인인 줄 알고 우리도 캘리포니아에 법인을 만들었다. 뒤늦게 델라웨어주에 등기된 법인이 아니면 투자 검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른 다시 등기를 했다. 델라웨어주가 법인에게 유리한 법이나 정책을 많이 갖고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몰라도 너무 몰랐다 싶다.


한 편으로는 처음인데 모르는 게 당연한 거지, 하는 편안한 마음도 있다. 카카오를 나올 때 그런 각오가 제일 먼저 되었던 것 같다. 모르는 걸 더 배우기 위해서 나선 길이라는 것. 그런 각오가 있어서 법인 등기 다시 할 때도, 은행에서 서류를 거절할 때도, 별로 실망스럽지 않았다. 되는 방법이 남아있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별 문제없다고 느낀다. 먼저 스타트업 해본 선배들 말이, 극 초기 스타트업이 그렇게 재밌다고 한다. 아직은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안 되는 일에 대한 각오도 되어 있고, 에너지도 있는 것 같다. 그 재밌다는 극 초기 스타트업이 얼마나 재밌는지 이제부터 한 번 겪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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