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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e Jul 13. 2022

아무튼 컨퍼런스

하스켈로 서버 개발한다고요?!

우리 회사의 독특한 점을 꼽으라면 첫 번째로 기술 다양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나 같은 문과생에게 프로그래밍이란, 연산 밖에 못하는 컴퓨터가 멋지게 과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람이 머리를 쥐어짜 영어로 된 줄 글을 쓴다.. 정도의 개념이지만, 개발자에게는 정말 다양한 장르의 집합체다. 엔지니어의 포지션은 화면을 만드는가 서버를 만드는 가에 따라서도 구분되지만 그 과업을 수행하는데 어떤 기술, 즉 어떤 개발 언어를 사용하는가에 따라서도 나뉜다. 우리 회사는 서버를 Haskell이라는 언어로 만든다. 일단 국내에 이 언어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지금 일곱 명인 우리 회사에 하스켈 개발자는 세 명이나 되는데, 이런 결실을 맺게 해 준 큰 계기가 바로 컨퍼런스였다. 


많은 기술 기업들이 개발자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을 만들 기술을 선택할 때도 개발자 구인과 떼서 생각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많은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선택하거나, 혹은 새로운 기술이더라도 대세로 인정된 것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컨스택츠의 경우 CTO가 함수형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어 하고, 그중에서도 꼭 하스켈로 개발을 하고자 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어디서 하스켈로 개발할 엔지니어를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일단 우리가 이런 기술을 쓴다는 걸 널리 알리고 사람을 찾아보자, 하는 생각에 우리는 회사 문 열기도 전에 컨퍼런스 열 궁리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작년 10월에 liftIO 2021 이라는 함수형 프로그래밍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연사로 함수형 프로그래밍을 하시는 엔지니어들을 모셨다. 스칼라, 클로저를 사용하시는 연사들이 두물머리, 그린랩스, 라인에서 각각 참여해주셨다. 이 컨퍼런스를 기획할 때, 함수형 프로그래밍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티켓을 50장만 세팅하고 개발 커뮤니티에 홍보를 했는데 몇 시간 만에 매진이 임박했다. 그래서 급하게 티켓을 100장으로 늘렸는데 그것도 하루 만에 매진되어 버렸다. 함수형 프로그래밍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있었다고?! 예상치 못한 인기에 모두 놀랐다. 그래서 또 티켓을 늘렸는데, 온라인 컨퍼런스라서 유연한 대처가 가능했다. 굿즈는 미리 제작한 수량이 있어서 더 제공하기는 어려웠는데 굿즈 별매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liftIO 공식 캐릭터 '람다람쥐'는 컨스택츠 프론트 엔지니어가 그렸다. 그렇게 총 250명 정도가 liftIO를 신청했다.


영롱한 람다람쥐 패턴의 티셔츠도 엄청난 인기!
컨스택츠 no.1 하스켈 엔지니어 토드


국내 개발자 생태계에서 함수형 프로그래밍의 영역은 아주 작다. 그래서 그런지 참여자들로부터 왠지 모를 끈끈함을 느꼈다. 초반부터 채팅창에서 서로 아는 분들이 인사를 하기도 했고, 발표자와 같은 회사 분들이 많이 들어오셔서 함께 질문에 답변을 해주시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함수형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다는 미묘한 동질감 같은 것이 있어, 컨퍼런스 끝까지 많은 동시접속자가 유지되었다.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의 컨퍼런스 시간도 상당히 길었는데 6시 이후 게더타운에서 추가 질의응답 세션을 가졌을 때도 많은 분들이 들어와서 대화를 나눴다. 


사전에 세팅해둔 각 연사별 게더타운 공간


지금도 하스켈로 개발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놀라거나 걱정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회사의 확실한 엣지로 키워나가려고 한다. 놀랍게도 이날 연사로 참여해주신 라인의 김대현 님을 지금은 우리 회사로 모셨다. 당시에는 우리가 대현님 같은 분을 언감생심 어떻게 모셔, 하고 생각했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앞으로도 이런 예상치 못한 좋은 결실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은 대체로 예상이 되기 때문에 한 번쯤 다 상상을 해봤다.ㅎㅎㅎ


순서대로 컨스택츠 탄트, 두물머리 박지수님, 그린랩스 김상현님, 당시 라인에 계셨던 단테, 컨스택츠 토드


함수형 언어도 객체지향형 언어도 모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엔지니어들은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 항상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런 분들이 다양한 도구를 접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국내에도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컨스택츠에서도 Haskell, elm, swift, React Native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 회사도 더 성장해서 기술 문화 다양성에 더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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