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멘탈

by Lucie

1
저는 일기를 쓰면서 좀 내려놔요. 복잡할 때 생각이 무한루프를 돌잖아요. 그럴 때 일기를 쓰면 자꾸 처음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생각이 앞으로 나가니까. 그렇게 엉킨 실타래의 끝을 찾아서 실오라기를 조금 끄집어 내놓는 거죠. 여기까지 말을 하자 말을 듣고 있던 사람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사람, 지금 무척 힘들구나. 눈시울이 붉어진 그를 보니 나도 같이 울 것 같이 목젖이 눌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같이 붉어진 눈을 하고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2
최근에는 일기의 끝이 잘 맺어지지 않는다. 몇 칠간 밤늦게 들어와 일기를 쓰다가 세 번째나 네 번째 문단쯤 쓰고는 그냥 비공개로 저장하고 잠들었다. 중간쯤 쓰여진 일기의 끝을 맺어보려고 한 두 문단쯤을 덧대다가 이마저도 그만 두었다. 생각이 조각케익처럼 한 피쓰씩 떨어져나간다. 마치 우주에서 잘못 손댄양, 그냥 툭 건드렸을 뿐인데 영원히 닿지못하는 곳으로 멀어진 것 같은, 그런 글이다. 저걸 다시는 이어쓸 수 없겠군, 하는 느낌


3
아프면 약국에 가야하는 수준, 병원을 가야할 수준, 그리고 입원할 수준이 각기 다르기 마련이다. 주말에 만난 지인은 처음부터 당장 정신병원에 입원해야하는 수준의 상태였다고 한다. 언니는 나에게 패닉상태가 반드시 끝나기 때문에 죽을 것 같아도 그냥 기다리면 끝난다고 몇 번이고 일러주었다. 그말을 듣고 나니, 그래 뭐 생각보다 별거 아닐 수 있겠어. 어쨌거나 견디면 되잖아, 하는 생각도 슬그머니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주 출근길은 한 번도 불안하지 않았다.


4
평소에 내가 나에 대해 느끼는 것, 나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것, 내가 한 행동들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들. 이런 것들이 나 자신을 행복하게도 만들고 괴롭게도 만든다. 생각은 그냥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따로 통제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연결되어가는 생각들은 때로는 사람을 병들게 하기도 하는데 그 속도가 느리고, 또 스스로의 의지인 것 같기도 해서 이상하다고 느끼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마구 화를 내고 있을 때 내가 단지 화가 나서 내는 것인지, 분노조절 장애인지를 구분하기가 애매하다. 결국 일상생활의 큰 불편함을 겪어야만 아 내 정서가 지금 맛이 갔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다.


5
그래서 평소에 나를 돌보는 것에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 같다. 요즘 주변에 멘탈이 너덜너덜한 사람이 있어서 마음이 많이 쓰인다. 모든 걸 남 탓하는 사람을 보면 답답한데,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뻑뻑하게 메어온다. 차라리 그냥 다 남탓하고 너 편하게 살아, 이렇게 말해주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세상에 공짜는 하나도 없다고, 어려움을 견디면 뭐라도 남는 게 있으니까. 적어도 누군가의 비슷한 어려움을 별다른 설명없이 한 번에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정말 큰 위로가 되겠지. 어떤 이들이 나에게 그런 위로가 되어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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