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대정읍 워케이션
대정읍으로 세 번째 워케이션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오피스 사계, 두 번째 세 번째는 스페이스 모노로 다녀오게 되었다. 매년 메타버스 노마드라는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서 숙소와 오피스를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는데 올해도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일찌감치 신청했다. 심지어 프로그램 소개 페이지에도 우리 회사 미팅 사진이 걸려있는 위엄!ㅎ
https://jejuworknroll.oopy.io/2023_nomad
우리 회사는 평소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제주에 내려가게 되면 일주일간 오프라인에서 붙어서 일하게 된다. 보통 내려갈 때 같은 편을 타고 갔었는데, 이번에는 괜찮은 시간대의 비행기가 일찌감치 마감되어 버리는 통에 각자 다른 비행기들을 타고 제주로 가게 되었다. 공항에서 대정읍 갈 때는 늘 '카페 태희'에 들러서 피쉬앤칩스를 먹는다. 월요일 점심에 모두 카페 태희에서 만났다. 제주 로컬인 단테는 바이크를 타고 나타나서 우리 모두의 따봉을 받았다!
메타버스 노마드 프로그램으로 제공되는 숙소와 오피스는 걸어서 십분 거리에 있다. 숙소도 깨끗하고 운이 좋으면 바다가 보이는 뷰의 방에서 묵을 수 있다. 시월에 제주 내려가는 표가 없어서 티켓팅에 고생하고, 또 타러 가는 날 김포 공항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들 공항에서 전력질주하고 고생했는데 내려와 보니 왜 그랬는지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시월의 제주는 정말로, 정말로 좋다.
평소처럼 똑같이 일을 해야 하는 주간이라서 아침 시간을 활용해서 바다도 보고 산책도 했다. 보통 저녁에 할 일이 많지 않아서 일찍 자다 보니 아침에도 일찍 눈이 떠졌다. 물론 올빼미형 인간인 탄트는 전혀 합류하지 못했고, 달리랑 토드랑 셋이서 주로 다녔다. 저녁에는 해가 져서 풍경은 볼 수 없었지만, 마침 갔던 주간에 국가대표 A 매치 축구 경기가 있어서 산방산 앞에 치킨 집에 가서 축구력을 불태웠다.
스페이스모노에서 이번에도 여러 가지 체험형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었다. 돌고래 보기, 귤따기, 로컬 재료를 활용한 요리수업 등 다양했는데 우리는 시간을 많이 낼 수 없어서 요리 수업 한 가지만 참여를 했다. 대정읍에서 난 재료들을 가지고 요리도 해보고 맛있는 한상차림을 먹을 수 있어서 알찬 시간이었다. 특히 같은 기간에 워케이션을 온 다른 회사 분들과도 밥 먹으면서 오손도손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작년보다 프로그램이 더 발전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도 단테가 우리를 항상 좋은 곳으로만 이끌어 주었는데, 이번에 갔던 곳 중에서는 포비베이글이 인상적이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인데 코스모스가 화려하게 피어서 가을의 아름다움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앞에 산방산도 보이고 베이글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는 곳. 대정읍은 제주에서도 약간 외진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도 새로운 핫플레이스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어서 제주섬 전체가 저력 있는 관광지임을 새삼 느꼈다.
한주의 일을 마치고 주말까지 제주에 머물렀다. 지난 워케이션에서는 금요일 퇴근과 함께 서울로 돌아갔었는데, 내가 제주에서 일을 한 건지 서울에서 일을 한 건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제주를 느끼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주말 2박을 더 연장해서 시간을 보냈다. 가을산을 보고 싶어서 한라산 영실코스를 다녀왔다. 영실코스는 왕복 4-5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별도의 예약 없이도 입산이 가능하다. 다만 영실코스 시작지점과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대려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대정읍에서 새벽같이 출발해서 다행히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었다.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워서 입산 10분 만에 내려가야하나 고민했지만 결국 윗세오름까지 다녀왔다. 윗세오름 부근에 평지에서는 구름이 눈앞을 지나가는 장관이! 한 번쯤 더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산해서는 종달리로 놀러 가서 작은 가게들을 구경했다. 종달리의 소심한 책방에 구경거리가 많아서 한참 구경했다.
성산일출봉 앞에도 프릳츠가 문을 열었다. 아침에 가면 동쪽에서 떠오른 해가 양쪽 눈을 강렬하게 찔러서 아무도 창가에 앉지 않는다. 그래서 탁 트인 가게 전경 포착이 가능했다! 성산일출봉 앞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잘 되어 있어서 제주도 간지 일주일 만에 해변 모래 밟으면서 물수제비도 뜨고 놀았다. 마지막으로는 가을 억새로 유명한 따라비오름을 한 번 올랐다. 여기도 주차전쟁이라 일찍 서둘러야 하는 장소로 보인다. 이래서 사람들이 시월에 제주를 오는구나, 실감할 수 있었던 주말이었다.
내년에도 메타버스 노마드 프로그램으로 가을에 제주를 올 수 있으면 좋겠다. 항상 고민해서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 주시는 담당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오손도손 재밌는 추억 함께 쌓아주는 우리 팀 모두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스타트업하면서 이런저런 고생이 있어도, 고마운 팀원들이 있어서 같이 하는 시간이 보석처럼 소중하다. 팀원들 덕분에 잘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