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2013년에 있었던 통상임금 판례를 뒤집는 내용이자 많은 산업계와 노동자에게 영향을 주는 내용이라 어떤 의미를 갖는지 스스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임금'은 근로자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경제적 수단이며 근로조건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법적으로도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어떤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임금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나오는데 이 개념의 취지와 기능은 각기 다르다. '평균임금'의 경우는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산정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해서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 이 때문에 퇴직금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퇴직 후에도 일정한 기간 동안 그의 통상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나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급, 일급, 주급, 월급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통상임금은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계산할 때 쓰이고, 평균임금의 최저한도를 정하는 금액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근로자가 야근을 하면 통상임금의 1.5배로 가산하여 임금을 받는다. 이는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억제하려는 근로기준법상의 취지를 담고 있다. 때문에 두 달에 한 번씩 지급되는 정기상여금 같은 것을 만들어서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낮게 계산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가산임금을 계산해서 야근 수당을 준다면 근로자의 연장근로를 억제하고자 하는 법의 취지를 달성할 수가 없게 된다.
통상임금은 사전적으로 확정되는 금액이므로 무엇을 통상임금에 넣고 무엇을 뺄지 개념적인 판단기준이 중요하다. 종전 2013년 판결에서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나 올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정기성, 일률성'만 있으면 되고 고정성은 없어도 된다고 판시되었다. 세 가지 개념적 징표 중에 하나가 사라짐으로써 그동안 고정성이 충족되지 못해서 통상임금에서 제외되었던 정기상여금이나 일률적으로 지급되던 성과급들이 통상임금에 포함되게 되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도 '정기성과 일률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있는데 고정성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고정성은 해석적으로 도출된 개념이었는데,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된 것이다. 통상임금은 강행적 개념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임의적으로 해석할 수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이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점도 이번 판결의 주요 문구였다.
이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여야 함
소급효가 미치는 범위 ☞ 이 사건 + 병행사건
이제 많은 회사들이 통상임금을 재계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또 소송이 더 이어지게 될 수 있어 부수적으로 법률 비용도 상당히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성, 일률성이 담보된 성질의 임금을 고정성만으로 우회해서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은 업계의 오래된 관행이자 정책적 부채였다고 생각한다. IT에서 개발자들이 말하는 기술 부채처럼 그간 착실하게 쌓여온 것이다. 그 부채를 갑자기 강제로 청산해야만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어제의 판결이 당혹스럽고 지금 상당한 위기로 느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간결한 임금 형태를 갖고 있다. 투자를 받아 적자 운영을 하다 보니 정기상여금이나 성과급 같은 것도 없는 경우가 많고, 제조업처럼 월급이 홀수달과 짝수달 다르다거나 하는 경우도 거의 없을 것이다. 때문에 통상임금 개념적 징표에서 고정성이 제외되었다고 해서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연장을 억제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취지에 대해서는 함께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많은 스타트업이 유연한 근로시간제도들을 운영하고 있지만 반면 인원이 적어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개별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다 확인하고 있지는 않지만, 경영진이라면 우리 회사 구성원들이 주 52시간을 훨씬 초과해서 일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느낌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포괄임금제도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경우 포괄임금제 약정이 무효이고 미달하는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평소에 구성원들의 일하는 환경을 살피고 회사가 위태롭지 않은 선에서 추가 채용이나 업무량 조절 등을 통해서 관리를 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