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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us Mar 30. 2018

왜 코인은 안되고 주식은 되나요?

아직은 부족한 가상화폐의 안정성 문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경제 1면을 장식한 키워드는 바로 '가상화폐'였습니다. 가상화폐 투자는 점차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더니 우리나라 및 외국 정부의 규제 의지 등으로 인해 최근에는 관심이 소홀해진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한창 가상화폐가 뜨거운 주제일 때, 정부 규제에 대한 뉴스 기사의 댓글에서는 꼭 다음과 같은 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코인 규제하지 말고 주식 시장이나 먼저 닫아라."
"외국인한테 개미들 매일 당하는 주식 시장이 더 위험하다."
"서민은 평생 서민 하라는 뜻이냐?"

하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를 위해 전면 개방하기에는 아직 가상화폐 시장은 주식 시장에 비해 모자란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 문제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이란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크게 차이나는 상황을 뜻합니다. 이런 경우,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가격의 결정이 어렵고, 정보를 많이 가진 쪽이 정보가 부족한 쪽보다 훨씬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기 쉽기 때문에 건전한 시장 경제를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경우, 금융 기관이나 기업, 혹은 외국계 전문투자자에 비해 정보를 적게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점에서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고 있을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주식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들의 주식과 비교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현금 창출 능력에 대한 정보


단순하게 생각하여 투자는 지금 현재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미래에 현금을 받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두 투자 상품, 주식과 가상화폐를 비교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식이란 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돈을 받고 판 것입니다. 기업은 이렇게 주식을 판매함으로써 얻어들인 수익을 경영과 투자에 사용하고, 그 대신 미래에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돌려주기로 약속합니다. 따라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미래에 많은 수익을 올려 많은 배당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상화폐를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미래의 현금은 무엇일까요? 아쉽게도 가상화폐의 경우, 명확하게 이 질문에 답할 말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금'을 받지 않더라도 내가 가상화폐를 보유한다면, 미래에 이를 거래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정도가 가상화폐를 보유하는 기댓값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상화폐로 물건을 살 수 있느냐, 즉 화폐로서 작동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겠습니다. 화폐의 일종으로 인정하고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내가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가 가진 가상화폐의 구매력이 커져야 합니다. 바꾸어 말해서, 이 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의 범위와 양이 늘어나야 이득입니다. 기초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내가 보유한 화폐의 구매력은 둘 중 하나의 방법에 의해 커질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화폐의 공급이 줄어든다. 두 번째, 화폐의 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나 채굴 등을 통해 가상화폐의 공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을 생각할 때, 가상화폐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과연 가상화폐의 수요가 증가할까요? 이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전적으로 금융기관들과 정부의 결정에 달린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느 나라의 정부 또는 어떤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우리는 ABC라는 가상화폐 만을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할 거야"라고 이야기한다면 그 순간 ABC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미리 선제적으로 이 정보를 획득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가상화폐는 심각한 정보의 불균형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2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정보


주식 시장에서는 투자자를 보유하기 위해 사전에 승인된 기업의 주식만을 거래하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상장'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되기 위해서는 자본이 300억 원 이상이어야 하고, 3년 평균 매출액이 700억 원 이상으로 유지되어야만 합니다. 이처럼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 회사만을 인정해주고 일반투자자에게 개방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주식 시장에서는 매년, 분기, 그리고 월별로 현재 기업의 경영 상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공시'라고 합니다.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는 전자공시시스템(https://dart.fss.or.kr)을 접속하여 원하는 기업의 이름을 입력하면 쉽게 잘 정리된 재무제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현재 건실하게 경영되고 있는지, 혹시 미래에 불확실한 위험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계속 관찰하고 점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식 시장에서는 부실에 빠진 기업을 퇴출하는 '상장폐지'라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본을 모두 깎아 먹거나(자본잠식), 계속 적자만 보는 기업의 경우 위험 신호로 인식하여 한국거래소에서 더 이상 거래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투자자들이라 민감한 정보를 얻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최악의 상황에 빠진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수 있도록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가상화폐의 경우 이 화폐가 과연 앞으로 지속적으로 사용이 될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가상화폐가 매일같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으며, 제각각 가상화폐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투쟁 중인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가상화폐가 정말로 믿을 만한 미래를 지니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보유 현황에 대한 정보


세 번째로 중요한 투자 정보는 누가 얼마나 이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입니다. 자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은 적게 보유한 사람보다 대체로 유리한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허생전에 나오는 허생은 조선 전국 팔도에서 생산되는 말총의 독점적인 권리를 획득함으로써 말총의 가격을 결정하고 이를 통해 큰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반면 일반투자자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소액투자자와 대형 투자자의 정보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주식 시장에서는 일정량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사람이 누구인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을 특정하여 기업의 사업보고서 등에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일반투자자 입장에서 내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다른 누가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주식을 많이 보유하면 할수록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정도가 커지기 때문에, 실제 기업의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민감한 내부 정보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이용하면, 회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그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자신의 주식을 판매하는 등 아주 불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대주주를 공개함으로써 이러한 폐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상화폐의 경우 누가 얼마나 이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가상화폐의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장부를 분산하여 정확한 소유자를 누구도 쉽게 파악할 수 없도록 암호화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액을 투자한 일반투자자의 경우 눈을 감고 손을 짚어가며 이동하는 반면, 거액을 보유한 대형 투자자의 경우 모든 것을 다 보면서 길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의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더욱이 최근에 제시된 의혹에 따르면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의 경우 상당량의 지분이 특정인에 의해 보유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앞서 이야기한 불공평한 경쟁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이 번 글에서는 아직까지 가상화폐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가상화폐의 경우,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일반 기업의 주식에 비해, 1) 현금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수익성에 대한 정보, 2)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자산인지에 대한 안정성에 대한 정보, 3) 누가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소유 지분에 대한 정보가 비대칭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가상화폐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일반투자자가 마음 놓고 투자하기에는 시기상조임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 가상화폐는 매력적인 투자처이며, 앞으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입니다. 다만 앞으로 이러한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지만, 많은 일반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유입된 자금을 활용하여 연구 개발을 통해 새로운 현금을 창출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입안자들과 가상화폐 개발자, 그리고 사업 종사자들이 머리를 맞대어 방안을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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