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 吾往也
자왈 비여위산 미성일궤 지 오지야 비여평지 수복일궤 진 오왕야
-공자가 말했다. "산을 쌓는 것에 비유하자면 삼태기 하나 분량을 이루지 못하고 그쳐도 내가 그치는 것이요, 땅을 평평하게 하는 것에 비유하자면 삼태기 하나 분량을 덮고 나아가도 내가 가는 것이다." - <자한子罕> 편18장
공자가 '위산'과 '평지'라는 비유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학문이든 현대인들의 목표 개념이든 그는 지금 한걸음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내딛기를 포기하는 것도 실천하는 것도 모두 자기 자신에게 달린 문제라는 것이지요.
'인간은 과연 자기 삶의 주체인가, 인간에게 자율적 의지가 존재하는가'와 같은 오래된 존재론적, 인식론적 차원의 철학적 질문들과는 별개로 공자의 말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인간인 한 우리의 몸과 몸 안에 담긴 정신의 현존성에 대해 책임져야 할 유일무이한 존재자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줍니다.
특히 공자의 주장은 '역사든 학문이든 일보(一步)만이 진보'라는 발터 벤야민의 관점을 떠올리게 합니다. 때로는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새롭게 떼는 한걸음의 가치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만이 결국 진보하는 사람이요, 그 진보가 모여 학문적 성취도 역사의 진전도 이룬다는 것입니다.
매일 글을 쓰겠다는 다짐과 어떻게든 글을 쓰고자 하는 노력이 아니라 실제로 글 하나를 완성하는 실천이 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확보하게 해줍니다. 독서도 일도 글과 마찬가지이지요. 매일 읽는 책과 매일 하는 일이 누적될 때 변화를 일으킵니다. 삼태기 하나 분량의 흙처럼, 어제에 이어 오늘도 묵묵히 퍼 담은 한 삼태기의 글과 사유와 일이 우리 자신과 인생을 업그레이드해 줍니다.
그래서 오늘이 곧 내일이고 지금 이 순간이 곧 미래입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의 한걸음이 내일과 미래의 나를 멋지게 조각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