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받아라

by 오종호

불교 탄압이 극에 달하여 스님들이 하는 수 없이 깊은 산중으로 숨어들거나 환속하던 시절, 스님B 역시 여기저기 떠돌다 스님A가 도를 닦고 있는 산골짜기를 찾아 그의 제자가 되었다.


두 스님은 산에서 나무를 하여 장에 내다파는 것으로 연명했다. 제자가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했지만 그때마다 스승은 법문을 미루기만 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흐르자 지친 제자는 스승이 나무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짐을 챙겨 산을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제자가 열심히 하산하고 있는데 멀리서 스승이 큰소리로 불러 세웠다. 제자가 뒤를 돌아보자 스승이 주먹을 앞으로 쑥 내밀며 말했다.


"옜다, 법을 받아라!"


스승의 말에 제자가 활연대오했다.



-스승: 벽계 정심 碧溪 正心 스님, 제자: 벽송 지엄 碧松 智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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