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25.천뢰무망괘天雷无妄卦>-구오

인위적인 수단을 쓰지 말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리대로 행하라.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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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五 无妄之疾 勿藥有喜

象曰 无妄之藥 不可試也

구오 무망지질 물약유희

상왈 무망지약 불가시야


-무망의 병은 약을 쓰지 않아도 기쁨이 있을 것이다.

-무망의 약은 시험하는 것이 옳지 않다.



구오는 외괘 건괘의 체體에서 중정하여 강건한 리더입니다. 망령됨과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육이와 정응하고 있는데 천명에 순응하라고 얘기하는 천뢰무망괘에서는 양이 음과 응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봅니다. 마치 하늘이 땅의 뜻을 좇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입니다. '망妄'이라는 글자를 파자하면 '여자(女)를 잊으라(亡)', '여자(女)를 만나면 망한다(亡)'와 같은 의미가 나오지요. 여기에서도 양이 음과 어울리는 것을 경계함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육이에서 봤듯이 음 입장에서는 양과 응하는 것이 긍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물론 양도 양 나름이지요. 상구와의 정응은 육삼에게 바람직한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구오가 동하면 외호괘가 감괘가 됩니다. 여기에서 '질疾'의 상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무망지질이란 무슨 병일까요? 망령되지 않아도 걸리는 병이니 이는 곧 하늘의 뜻에 따라 자연스럽게 앓게 되는 병의 뜻이 됩니다. 코로나19로 인류가 일궈 온 문명과 경제 체제가 위협 받은 경험을 겪은 우리는 무망지질에 대한 사유를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의약기술이 진보했어도 감기는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의 몸이란 좋은 음식을 먹고 꾸준히 단련할지라도 주기적으로 면역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겪기 마련입니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로를 완전히 끊어낼 수 없는 삶의 양태가 초래하는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그렇다고 모두 다 산으로 들어가 자연인의 삶을 살 수는 없겠지요. 몸과 정신의 균형과 조화가 무너질 때 깃드는 질병은 하늘이 내려 주는 것과 같습니다. 몸과 마음을 돌보라는 배려로 받아들여 회복해야 합니다.


사랑에 빠졌던 남녀가 헤어지면 심장 주변으로 깊은 고통이 스며듭니다. 인간의 마음과 육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생한 증거가 되지요. 사랑의 질병은 약으로 다스릴 수 없습니다. 다친 영혼을 치유하고 성장시키도록 마음을 시간에게 오롯이 맡겨야 합니다. 계절이 순환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느 계절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화려하게 만발했던 꽃들만큼 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도 아름다운 법입니다. 사랑의 시절만큼 혼자 남은 시간도 아름다운 것입니다. 함께 있어도 충만할 수 없는 사랑이라면 망妄의 뜻대로 상대를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기도 해야 합니다.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가을 위로 혹독한 눈보라를 쏟아부어 이제 누구의 계절인지 겨울이 가을에게 똑똑히 알려 주는 것처럼 지나간 시간을 땅에 묻고 새로운 시간의 바람이 그 위로 불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천수가 다하여 찾아오는 노년의 질병은 담담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돈으로 생명을 연장하면서까지 삶에 집착하는 것은 구질구질합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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