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54.뇌택귀매괘雷澤歸妹卦>-구사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다리라.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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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四 歸妹愆期 遲歸有時

象曰 愆期之志 有待而行也

구사 귀매건기 지귀유시

상왈 건기지지 유대이행야


-누이를 시집 보내는데 혼기를 넘기니 늦게 시집가는 것도 제때가 있는 것이다.

-혼기를 넘기는 뜻은 기다려 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건愆'은 넓을 연(衍)과 마음 심(心)의 합자입니다. 연衍은 물(水)이 흘러가는(行) 모양이지요. 여기에 심心이 더해져 허물 건(愆)이 되었습니다. '나쁜 병, 악질惡疾' 등의 뜻을 갖습니다. 마음에 너무 많은 것이 담겨 흘러넘칠 정도가 되면 병이 나기 마련입니다. 결국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무너지고 맙니다. 그래서 건愆에는 '어그러지다, 어기다'의 의미가 더해집니다. 외호괘 감괘에서 나오는 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기'는 '정한 기일을 어기다'는 뜻이 됩니다. 여기에서는 혼기를 놓치는 것입니다. 내괘 태괘 저녁이 외호괘 감괘 밤으로 깊어진 것이니까요. 기쁨의 시간이 지나고 마음에 근심이 찾아올 때입니다.


하지만 구사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외괘가 진괘인 데다 구사가 동하면 지괘가 19괘 지택림괘가 되어 대진大震의 상이 만들어지니 더 우렁찬 전진을 예비해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딜 지(遲)는 쉬엄쉬엄 갈 착(辶)과 무소 서(犀)의 합자이고, 무소 서(犀)는 주검 시(尸)와 물 수(氺), 그리고 소 우(牛)가 결합된 글자입니다. 물은 외호괘 감괘에서, 소는 구사가 동할 때의 외호괘와 외괘 곤괘에서 각각 나오는 상입니다. 물소 등에 마치 시체처럼 앉아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가는 모양이지요. 이렇게 괘사와 효사에 쓰인 글자들을 파자하면서 숨어 있는 속뜻이나 뉘앙스를 파악하는 것은 주역을 보다 풍부하게 읽게 만들어 줍니다. 천도天道와 천도의 현실적 실천 차원에서 인사人事를 다룬 주역 텍스트에 사용된 글자 하나 하나의 의미는 결코 겉으로 드러난 뜻에 그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유사한 의미를 가진 다른 글자들을 제쳐두고 해당 글자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를 효와 효의 관계 속에서 찾아봐야 하는 것이지요.


구사가 혼기를 넘기면서까지 때를 충분히 기다려 시집가려는 뜻은 분명합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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