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있던 너는 오리였을까, 아니면 백조였을까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명작, 미운 오리 새끼

by 유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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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왼손잡이였다. 과거형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금은 예전만큼 왼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과 산이 세 번도 넘게 바뀌었을 만큼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사진을 보듯 선명하게 떠오르는 몇 가지 기억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의 옛 연인, 왼손에 관한 이야기이다.


“왼손으로 밥 먹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가!!”

“왼손으로 글씨 쓰면 머리에 뿔이 날걸?!!”


나와 왼손은 애초부터 금지된 관계였다. 내가 왼손으로 무언가를 하기만 하면 엄마와 할머니는 망태 할아버지, 도깨비, 유령 등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들을 모두 소환했다. 나는 그들이 너무 무서웠고 더 이상 용기 내어 왼손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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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편했지만 할머니와 엄마의 강력한 소개로 오른손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나는 금세 왼손을 잊은 채 오른손과 친해졌다. 오른손과 함께하는 날에는 언제나 칭찬과 웃음이 가득했고 심지어 어떤 날은 평소에 잘 보지 못했던 초콜릿과 아이스크림도 함께였다. 그렇게 나는 오른손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며 만나게 된 친구들도 대부분 오른손과 친했다. 왼손과 친한 아이들은 반에서 한 두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선생님이 그 친구들을 ‘왼손잡이 누구’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 하마터면 나도 별명이 왼손잡이가 될 뻔했잖아! 엄마와 할머니 덕분에 오른손을 쓸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 순간 갑자기 왼손이 욱신대는 것 같아 잠시 왼손을 바라보았지만 금세 잊어버리고 말았다.


‘잘 쓰지도 않는데 왜 갑자기 욱신거리지?

삐끗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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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제법 잘했던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누가 들어도 알만한 이름의 대학에 입학했다. 신입생 환영회를 함께하며 친해진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친구 1 : “저기... 내가 왼손잡이라서 그런데 제일 왼쪽 자리에 앉아도 될까? 안 그러면 너희들이 불편할 것 같아서..”

친구 2 : “엇! 나도 왼손잡인데!”

친구 3 : “대박! 나도!”

나 : “...?”


놀랍게도 나와 친해진 친구 4명 중 3명이 왼손잡이였다. 서로가 왼손잡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이산가족을 상봉한 것만큼이나 반가워했고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는 ‘왼손잡이의 삶’이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은 모두 과학고 아니면 8학군의 유명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그다음 대화 주제는 ‘고등학생의 기숙사 생활’이었다. 왼손잡이도, 과학고나 8학군도 아닌 나는 밥을 먹는 내내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사실 나도 어릴 때 왼손잡이었었는데...’라는 말이 수 차례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결국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다.



그 후로 또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이 나에게만 매달려 서로 자기에게 밥을 먹여달라고 울부짖던 어느 날, 나는 왼손과 오른손을 모두 이용해 두 아이에게는 밥을, 나에게는 마음의 평화를 전해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옛사랑 왼손이 나에게 준 소중한 선물이었다. 세상의 반대로 인해 억지로 헤어지게 되었지만 고맙게도 왼손은 나를 잊지 않은 채 긴 세월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 오른손잡이가 되려고 했을까, 아니 되어야만 했을까?


어린 시절 엄마가 읽어준 미운 오리 새끼의 결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가슴 설레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남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오리가 알고 보니 자신이 너무나도 닮고 싶었던 백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신기하고 두근거렸을까! 어쩌면 그 순간이 미운 오리가 스스로를 진짜 백조로 인정하며 다시 태어난 날이 아닐까 싶다.


나를 봐 내 작은 모습을
너는 언제든지 웃을 수 있니
너라도 날 보고 한 번쯤
그냥 모른척해 줄 순 없겠니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 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패닉의 ‘왼손잡이’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다른 게 왜인지 틀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남과 조금 다르면 세상이 뒤집어지거나 망쳐질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오리, 백조가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과 향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세상이 더욱 다채롭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르기 때문에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반짝이는 지금의 내 모습을 아끼고 사랑하자. 나답게 다시 태어나 가슴 설레는 날들을 살아가자. 우리는 충분히 행복해도 될 만큼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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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미운 오리새끼는 오리들 사이에서 조금 다른 외모로 인해 외롭게 지내게 됩니다. 그렇다면 백조들 사이에서 지내는 오리는 어떨까요? 지금은 비록 까맣고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머지않아 백조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백조, 지금은 노랗고 뽀얗고 귀여운 모습이지만 날지 못하는 오리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오리.. 누가 더 행복하고 누가 더 슬플까요?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을 거에요. 행복은 선택하는 것이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나다운 내가 되었을 때, 가장 아름답고 빛나게 될 거에요. 내가 오리인지, 백조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오리 혹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백조로 살아가는 것은 모두 마음먹기에 달려있어요.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내일을 만들어가실 건가요?